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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Feb 16. 2023

15. Onton에서 멈췄어야

5.21 화 맑음

Portugalete-Castro Urdiales 27.26km


6:30에 조식 먹으며 캐나다 부부와 다른 일행들과 오늘 목적지와 코스에 대해 얘기했다. 

까미노의 아침은 이제 다른 이들과 시차가 없어져서 불편 없이 시작할 수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새벽 시간에 잠이 깨어 불편했는데 매일 걷고 피로한 몸에 곯아떨어진 게 이제 적응이 된 듯하다.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은 같이 걷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오늘의 일정을 서로 비교 검토해 보는 시간이 된다. 

대부분이 초행길이다 보니 자신이 세운 오늘의 일정에 큰 실수나 주의점이 없는지 서로 체크해주고 각자의 건강 상태와 여건에 맞는 조언을 해준다. 



이제 몸도 어느덧 까미노 체형으로 완전히 조절된 듯하다. 

이를테면 종아리와 허벅지에 베긴 알도 그대로 근육으로 뭉쳐져서 여간해서는 쥐가 나지 않고 오르막 길을 계속 올라가도 쉬이 숨이 차거나 땀범벅이 되지도 않는다.  


7:10 출발. 

Onton까지도 거리가 좀 됐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서인지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까지 걷고 싶었다. 

어제 계속 같이 걷고 같은 숙소에서 잔 스페인 친구 3인방과 친해져서 한참을 같이 걸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절친들이라고 한다. 

오랜 친구와 함께 까미노를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의 유쾌함에 전염되어 못 알아듣는 그들의 스페인어 대화에서 웃음이 터지면 영문도 모른 채 나도 덩달아 따라 웃었다. 



gps덕을 톡톡히 본다. 

노란 화살표가 곳곳에서 상세하게 길을 알려주어서 별로 헤맬 일은 없지만 도심에 들어서거나 산길에서는 화살표가 사라지거나 화살표 없는 갈래길이 나오면 당황하게 된다. 

그럴 때면 GPS 지도를 꺼내어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목적지까지는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아주 유용하다. 

또 기나긴 900킬로미터 여정 중에는 공사 중이거나 우회해야 하는 구간이 있기 마련이어서 확실한 루트를 알고 있다면 자동차 도로로 잠깐 돌아가거나 정식 까미노 길이 아닌 샛길, 지름길을 찾을 수가 있다.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에 도착해 도시 거의 끝부분에 위치한 알베르게에 막상 와보니 닫혀있다. 

공지를 스페인어로만 써 붙여서 전해 듣기만 했는데 무슨 사정에서인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회막심. 그냥 온톤에 머무는 건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온톤 알베르게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투숙객들의 만족도가 꽤 높았다. 

잠자리를 구하지 못한 순례객들은 다시 오던 길을 돌아가 카스트로 우르디알레스의 다운타운을 뒤졌다. 

호텔 예약 앱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부킹스닷컴'은 까미노에서 공공연하게 이용되는 알베르게 예약 앱인데 현재 위치에서 최저가 호텔을 검색하니 35유로짜리 오스딸이 검색된다

같이 걷던 거의 모든 순례자들이  오스딸로 몰렸다

혹시라도  오스딸이 마감되면 어쩌나 해서 모두들 허겁지겁 투숙. 


많이 걷고, 숙소를 찾아 헤매느라 가던 길을 돌아 나오고, 지쳤다. 

배낭을 풀어보니 그제야 빨아 놓은 양말을 알베르게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고 또 후회막급. 

그간 너무 부실하게 먹은 것 같아서 제대로 된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그놈의 8시 저녁 식사 오픈 시간 맞추느라 제대로 된 음식을 주는 곳이 없다

시에스타 낮잠을 모두들 두세 시간씩 잤으니 저녁이 늦겠지

결국  우유와 빵, 치즈로 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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