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 수 맑음
Castro Urdiales-Liendo 24.14km
5:30 기상. 6:16 출발.
어제 사둔 우유와 과일, 치즈, 빵으로 아침을 먹었다.
35유로짜리 오스딸에서 자느라 지출이 컸지만 가끔씩 이렇게 시설이 나은 숙소에서 하루 쉬면 묵은 피로가 날아간다.
원하는 시간에 잠자리에 들 수 있다는 것, 불을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다는 것, 휴대폰에 저장한 음악을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 소리 나게 들을 수 있다는 것, 냉수와 온수 사용이 자유롭고 개인 샤워실과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 한국의 가족과 스피커폰으로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 팬티 바람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 등 도미토리 숙소에서는 불가능한 여러 가지가 오스딸이나 호텔에서는 가능하다.
운이 좋으면 욕조가 있는 숙소도 만날 수 있는데 이럴 때면 물을 받아두고 뜨끈한 물속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풀린다.
동트기 전 오스딸을 나선다.
한적하고 좋다.
내 앞에는 캐나다 중년 남자 둘이 걷고 있는데 지나치게 가까운 모습이 '게이'인 듯싶다.
이제는 다른 이의 성적 취향에 언급하는 일 자체가 금기시된 세상이니 괜히 눈길을 주는 것조차 편하지 않다.
빠르게 그들을 패스 해서 지나친다.
어제 풍광 좋은 곳들을 서둘러 지나친 것 같아서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충분히 여유 있게 즐겨도 좋다.
오늘도 스페인 북부 해안가의 절경은 끝없이 이어진다.
매일매일 엄청난 풍광을 대하니 할 수만 있다면 모아두었다가 궁할 때 하나씩 꺼내서 보고 싶다.
이런 곳을 거주지로, 고향으로 둔 바스크 사람들이 부럽다.
힘 빼고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새 리엔도 알베르게 도착.
어제의 보상인지 이제까지 묵었던 그 어느 알베르게 보다도 동네 여건과 알베르게 시설이 좋다.
동네가 작아서 손바닥만 한데 슈퍼 하나, 카페 하나, 식당 하나, 교회 하나가 있다.
작지만 실해서 원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불편 없이 구할 수 있다.
알베르게는 눈이 번쩍 뜨일만한 것이 있으니 바로 공짜 세탁기와 건조기이다.
밀린 빨래와 재킷 등 큰 빨래를 해서 뜨거운 스페인 햇살 아래 말렸다.
부엌도 불편 없이 식기와 주방용품 등이 구비되어 있어서 모든 이들이 즐겁게 사용했다.
리엔도 로컬 와인과 토마토, 치즈, 소시지를 사다가 고추장과 함께 먹었다.
같은 식탁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독일 아줌마가 자신이 마시던 리오하 와인도 한 잔 따라 주길래 얻어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