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 월 맑음
Bilbao-Portugalete 20.1km
아픈 목은 여전한데 그럭저럭 잠은 여섯 시까지 잤다.
같은 방의 동료 순례객들은 새벽 두 세 시부터 엄청 들락날락거리고 드르렁 코 골고 도미토리 상태는 최악이었는데 그래도 누워 있을 수는 있었다.
오후에 나보다 먼저 걸어 나가 버려 오전만 힘께 걷고 말았는데, 잠깐이지만 같이 했던 스페인 청년 호세와 여러 얘기를 나누며 강가 길을 따라 걸었는데 재밌었다.
내가 갖고 있던 약을 모조리 약을 잃어버렸다는 얘기를 했더니 호세는 갖고 있던 이부프로펜을 나에게 나눠주었다.
호세는 바르셀로나에 거주하고 있지만 근무지가 주로 해외인 탓에 외국 생활을 많이 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는 텍사스에서 일을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미국식 영어를 했다.
심성이 착한 청년이고 검소했다.
포르투갈레테에는 유명한 공중 부양 다리가 있었는데 실제로 타보니 독특했다.
이번 까미노에서는 배도 타고 희한한 다리도 건너고 신기한 대중교통 경험을 많이 한다.
포베냐까지 가려고 했지만 길을 좀 헤맸고 아이들과 긴 통화를 하고 시장을 보고 나니 더 걷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겼다.
다시 지나쳤던 포르투갈레테 알베르게로 돌아와 체크인을 했다.
알베르게 근처에는 약국이 있었는데 아픈 목을 그냥 둘 수가 없어서 목감기에 목이 부었다고 약을 좀 달라고 하자 녹여먹는 사탕을 주었다. 박하 맛이 나는 '호올스' 같은 사탕이었는데 내가 목이 부은 정도가 그걸로 될 것 같지 않고 좀 더 센 약을 달라고 해 보았는데 약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럼 사탕을 두 알 먹으라고 한다. ㅠㅠ
샤워와 빨래를 마치고 근처의 마트에 저녁거리 장을 보러 갔다.
스페인 마트도 우리 마트와 비슷한 구조와 크기로 되어 있는데 다만 신선식품의 가격이 워낙 저렴해서 둘러보기만 해도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도대체 대한민국은 왜 그렇게 야채 값이 비싸야만 하는 걸까?
한국처럼 우유가 비싼 나라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자라는 아이가 여럿 있는 집에서는 마음껏 우유를 마시게 하려면 웬만한 수입으로는 넉넉지 않을 것이다.
고기 값은 또 얼마나 비싼가.
이렇게 비싼 축산물, 농산물 가격이면 농부나 축산농가는 부자가 되어야 할 텐데 농사지어서 부자 됐다는 사람 찾아보기는 또 쉽지 않다.
주식이 쌀이고 무논이 널렸는데 쌀 가격은 비현실적으로 비싸다.
땅 좁고 인건비 비싼 나라에서 벼농사를 짓는 것부터가 효율적이지 못하다. 봄이 다 되어서야 모내기를 해서 가을에 걷어 먹는 1 모작으로는 땅을 놀리는 기간이 너무 길고 수확하고 보관하는 비용도 비싸다.
2 모작 3 모작해서 싸게 생산하는 나라에서 수입해다 먹는 게 훨씬 나을 텐데 농부들의 미래나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농부를 농부로 보지 않고 단지 '한 표'로만 여기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게 아닐까.
저녁에 와인과 샐러드를 먹는데 첫날 Pasaia에서 함께 식사했던 캐나다 부부가 와 있었다.
반갑게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