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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May 30. 2024

물먹다;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직위에서 떨리어 나다

먹었네, 물 멕이는거야?...

물을 먹는다는 표현은 부정적이다. 심지어 (네이버) 사전에는 물먹다를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직위에서 떨리어 나다.'로 정의하고 있다.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물을 마시는 행위가 왜 시험을 잘못 치거나 직장에서 짤리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요즘 매일 가열차게 물을 마시고 있다. 


물을 마셔보니 좋다. 

가만히 둘러보니 이미 건강 관련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물을 많이 마시라고 독려해오고 있었다.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것은 나였고 물을 필요한 만큼 공급해주지 않은 기간이 길어지고 저절로 몸이 건조해지는 중장년에 접어들자 몸에서 물이 부족하다는 아우성을 치며 이 수분 부족이 일으킨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물을 안 마시는 사람은 없다. 

일단 음식물을 섭취하다 보면 음식에 포함된 상당량의 물을 자연스럽게 먹게 되고 팍팍한 음식을 먹거나 달콤하고 짠 음식을 먹을 때면 먹지 말라고 해고 자연스럽게 물 잔을 끌어당기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마시는 물은 사실 아주 적은 양이다. 

인체를 이루는 여러 성분 중 수분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핵심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혈액만 해도 그 베이스가 액체, 즉 수분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준 몸과 그렇지 않은 몸은 극적인 차이를 나타낸다. 

예를 들면, 나는 등산을 즐기는 편인데 체질적으로 땀이 잘 나질 않아서 옷이 젖지도 않고 그러니 목이 마르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도 별로 없어서 갖고 간 물병은 항상 반 병 이상 남겨서 돌아온다. 나와 함께 여러 차례 등산을 했던 친구는 100kg이 넘는 거구인데 이 친구는 아예 등산 배낭에 전용 수낭을 달고 호스를 밖으로 빼내어 물을  마시기 편하게 한 장비를 장착하고는 수시로 물을 마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거구의 친구는 산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땀을 흠뻑 쏟고 오르는 중간에도 헉헉대면서 땀으로 범벅인 몸에 있는 거의 모든 구멍을 통해서 물을 배출하는 것이다. 


그 친구는 배출한 땀이 엄청나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큰 수낭의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당연하고 급경사나 오래 이어지는 오르막길에서나 잠깐 땀을 비치고 마는 나는 굳이 그렇게 물을 많이 마실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과연 그럴까?

거구의 내 친구는 물병 서너 개쯤의 땀을 흘린 것이고 마른 편에 속하는 나는 서너 시간의 산행동안 정말로 땀을 흘리지 않은 것일까?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땀을 흘리지 않은 것 같지만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을 때면 속옷에는 젖었던 흔적이 남아있고 양말에서도 땀냄새가 난다. 땀이 적다, 많다의 문제이지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생각보다 많은 양의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흘린 땀을 물과 함께 적절한 전해질을 섞어서 보충해주지 않으면 몸은 망가진다. 수분 부족으로 오작동하기 시작한 몸은 어지러움이나 손떨림, 경련, 저혈압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 나고 이것이 반복되면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처음으로 하프 코스 마라톤을 뛰고 나서 러닝화를 벗다가, 등이 가려워서 긁다가,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줍다가 쥐가 난 적이 있다. 그렇게 한번 쥐가 나기 시작하면 말도 안 되는 동작에서 쥐가 나고 또 쥐가 나는 횟수가 잦아진다. 이 증상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서 나는 마그네슘제도 먹고 바나나도 열심히 먹었지만 쥐가 자주 나는 내 몸을 바로 잡아준 것은 충분한 수분섭취였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1리터짜리 날진 물병에 물을 받아서 점심때까지 한 병을 마시고 다시 한번 물을 채워서 잠들기 전까지 마시는데 수업을 하는 날은 더 많이 마신다. 운동을 하고 나서는 물에 '아미노 바이탈'이라는 보충제를 타서 마시는데 이것이 효과가 괜찮다. 포카리 스웨트, 게토레이 등의 스포츠 음료를 아시기도 하지만 당분이 부담스러워서 달리기를 한 직후에나 한잔 정도 마시고 잘 안 마시게 된다. 물이 가장 편하고 부담 없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난 후로 쥐가 나지도 않고 어지러움증도 사라졌으며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문제이지만 그래도 이로움이 더 많으니 감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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