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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류 Jan 12. 2024

2024010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가 밝았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아!”

“한 해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023년 12월 31일. 온 가족이 거실에 둘러앉아 제야의 종이 울리는 소리를 방송으로 들었다. 이번 해는 청룡의 해라고, 리포터가 말하는 것이 귀에 들어왔다. 벌써 2024년이라니. 만 나이로 나이를 세는 것이 바뀌었다지만 이번에도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사실 실감은 잘 나지 않았다. 내 정신은 아직 15살에 멈춰 있는 것만 같은데, 이런 숫자의 나이를 가져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윽고 마지막 종소리가 들렸다. 새해 첫 곡을 신중하게 골랐다. ‘이루리’, ‘MONEY' 등 지나온 1월 1일에 들어본 것은 많았지만 이번에는 신곡이라는 ’ 1조‘를 들어보기로 했다. 전부 미신이라지만 이번에는 꼭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사실 1월을 반이나 보내고서야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것도 웃기다. 이것에서 알아차렸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전혀 변한 것이 없다. 변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이미 옛적에 알아버렸다. 어릴 적에는 해가 바뀌면 나 자체가 바뀔 것이라 기대하며 신년을 기다렸던 것 같다. 공장 초기화를 진행한 전자기기처럼 새로운 데이터가 새겨질 것이라 생각했던 것도 같다. 이제는 변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탓인가. 오히려 여러 일이 겹칠 올해가 너무나 불안하기만 했다. 나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가 너무나 무거웠다. 




2024년에 쓸 다이어리에 2023년의 나에게서 보내는 편지글을 적었다. 쓰다 보니 2023년은 실패뿐이었다는 한탄 글이 쓰이기 시작했다. 우울감이 밀려 들어왔다. 그나마 중간에 정신을 차려 독려하는 말로 끝을 맺었지만, 이룬 것이 없고, 올해도 똑같을 것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예견이 한숨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이 예견이 과거의 내가 전하는 예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무서웠다. 아직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았지만, 그 채로 머물러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나를 엄습해 왔다.


변한 것이 없다. 없을 것이다. 변함이 있으면 좋을 텐데. 물론 좋은 쪽으로.


시간이 지나 새벽이 되었다. 누군가가 SNS에 게시해 둔 신년 기념 제너럴 타로를 보았다. 학업 운이 더럽게 안 좋다고 했다. 이번 해는 휴학을 끝내고 복학하기로 한 해인데, 세상이 내게 악담을 퍼붓는 것만 같았다. 

대신에 금전운이 좋다고 하는데,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고 학업에 집중하리라 결심한 나에게 어디서 돈이 들어올지는 모르겠다. 일단 그렇다고 하니 믿어야지. 새해 첫 곡의 힘인가? 이왕이면 학업 운도 좋았으면 좋으련만. 달리 말하면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을 정도로 학업에 집중하기로 한 나인데,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입안이 매우 쓸 것 같다. 타로는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왠지 불안하다. 


괜히 SNS에 들어가 스크롤을 내렸다. 타인이 작성한 2023년 결산 글이 눈에 띄었다. 그 글들에 괜히 북마크를 찍어두었다. 하지만 아직 읽지는 못했다. 그런 글들은 남길 것이 있는 사람들이 쓰는 것이니까. 나는 결산 글을 쓸래야 쓸 수 없는 1년을 보내왔기에, 괜한 질투심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1년 동안 꾸준히, 혹은 폭발적으로 발전한 이들을 보며 내가 이만큼 시간과 공을 들였다면 나도 바뀌지 않았을까 싶은 후회도 들었다. 아기 새가 밟고 지나가 깨끗한 눈처럼, 흔적 없는 나의 길에 후회나 원망이라는 오물이 묻었다. 노트도 쓴 적 없는 새 노트가 나은데, 괜히 기분만 잡치게 쓰다 만 볼펜 똥 같은 것을 묻혀두었다.




언제나 후회가 남는 1년을 보내지만 그래도 나는 살아있다. 충분히 만회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삶은 길고 시간은 많이 남았다 불리는 나이이니, 실패할 목표라도 세우고 외치는 쪽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몰라, 주위에 외치고 나면 그거라도 지키게 될지.

그렇게 2024년의 나에게 쓰는 편지 옆에 2024년의 목표를 써 붙여두었다. 대부분이 자격증과 같은 것이었다. 2023년에 이루기로 해 놓고 이루지 못한, 아니 이루지 않은 것들이었다. 이번에는 더욱 바쁜 1년이 될 텐데 과연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행복회로를 돌려보자. 



2024년의 첫 달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을뿐더러, 이루어지지 않으니 내 마음가짐도 쉽게 흐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품고는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이것이 글에도 적용되었다 느낀 것이, 잘 쓰이지 않는다 생각하니 잘 쓰지 않게 되고, 잘 쓰지 않으니 실력은 도리어 퇴화해 버리는, 최악의 굴레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 제발 2024년을 무탈하게, 뿌듯하게 보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물론 글도 꾸준히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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