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 리플라이어
함께 있을 때 웃음이 나오지 않는 사람과는
결코 진정한 사랑에 빠질 수 없다.
-아그네스 리플라이어-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
그 사람과 있으면 편안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웃음이 난다. 나의 이상형이라던가 그런 것도 아닌데 그 사람에게 끌려 결혼까지 했다. 어쩌면 나는 진정한 사랑에 빠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연애를 시작할 때 우리는 확인하는 것들이 많다.
외모, 직업, 성격, 가치관, 나이, 키, MBTI 등등 따져보는 것이 많다. 나의 기준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만족감은 크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 사람 옆에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가?"
아그네스 리플라이어는 19세기말 미국의 수필계의 거장이다. 학식과 위트가 넘치는 글솜씨로 유명했던 그녀가 사랑에 대해 남긴 말은 아주 단순하다.
"함께 있을 때 웃음이 나오지 않는 사람과는 결코 진정한 사랑에 빠질 수 없다."
단순히 재미있고 즐거운 사람을 만나라는 말이 아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억지웃음과 진짜 웃음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진짜 웃음은 긴장을 내려놓고 편한 상태에서 나온다. 내가 이상한 말을 해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 때 진정한 웃음이 나온다. 꾸밈이 없고 웃음이 나오는 이유도 하찮다.
반면 어색하거나 긴장된 관계에서는 진짜 웃음이 나오기 어렵다. 스스로 웃음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이거 웃긴 말인가? 웃어야 좋겠지?'
이런 생각까지 갖게 되면서 웃음을 지어낸다. 이런 웃음이 있어야 상대방과의 관계가 유지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친밀감보다는 조심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관계다.
같이 웃는다는 건 단순히 즐거워서만은 아니다. 상대방과 나는 같은 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기혼자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유머 코드가 맞는 사람과 결혼해. 정말 중요하거든."
그들이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농담이 통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굉장한 행운이다.
사람을 진지하게 만나볼수록 이런 생각을 한다.
"웃음은 부수적인 거야. 중요한 건 가치관이야."
사람 사이에 가치관은 중요하다. 서로 대화를 하려면 가치관이 맞아야 말이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치관이 맞아도 함께 웃지 못하는 대화는 회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삶을 살아가는데 진지함이 중요하지만, 어떤 날은 아무 이유 없이 배를 잡고 웃고 싶기도 하다. 그게 안 되는 관계는 어딘지 모르게 건조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착각으로는 "만나다 보면 편해질 거야"라는 생각이다.
처음엔 어색한 사이여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줄 수 있다. 오래 함께할수록 두 사람이 공유하는 웃음은 늘어나야 정상이다. 상대방을 오래 만났음에도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색함이 아니라 불편함으로 이어질 것이다.
웃음이 없다고 관계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로 존중하며 다투지 않고 안정적일 수 있다. 파도가 없는 바다처럼 고요하다. 어떨 땐 살아 있는 무언가가 없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관계는 평화가 아닌 무감각일 수 있다.
웃음이 없는 자리에는 다른 것들이 채워진다. 의무감, 습관, 혹은 권태.
"나는 이 사람과 왜 같이 있지?"라는 질문이 내면에서 올라온다면 관계의 기쁨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사랑은 의무만으로는 함께할 수 없다. 사랑에는 기쁨이 필요하고 가장 즉각적이고 진실한 형태는 함께 웃는 것이다.
처음에 설레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설렘이 줄어든 자리에 무엇이 남아야 할까. 주변의 장수커플들을 보면 여전히 서로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별 거 아닌 거에도 웃음을 짓는다. 부부의 웃음 빈도가 관계 만족도와 비례한다는 연구도 여럿 있다. 오래된 관계일수록 웃음에 대해 더 생각해봐야 한다.
웃음이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그 사람과 밥을 먹으면서, 산책을 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면 그거면 된 거다. 억지로 만들어낸 웃음이 아닌 그냥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어깨가 들썩이는 순간말이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당신은 꽤 괜찮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조건으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웃음이 없는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리플라이어가 말한 진정한 사랑이란 이렇게 단순하게 함께 웃는 관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