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야 했을까
정말 신기하다.
어느덧 러닝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었다. 일 년의 반을 러닝 하는 데 투자한 셈이다.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정보와 길거리에서 달리는 사람들만 봐도 러닝의 인기는 점점 많아지는 거 같다.
그 인기에 힘입어 나 또한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짧은 시간일지라도 나 스스로는 꽤 많은 것을 얻은 시간이었다. 돌아보니 아직 가야 할 길은 더 멀지만 러닝을 하면서 느낀 장점은 꽤 많았다.
러닝은 최고의 변비약
이건 러닝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이다. 뛰는 행위 자체가 장을 자극시켜 장운동을 활발히 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증언하고 있으니 일리 있는 말이다.
나는 꽤 오랫동안 변비를 앓아왔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변비도 병이었다. 심할 땐 일주일 넘게 화장실을 못 가 본 적도 있었다. 변비에 좋다는 차, 음식, 약까지 많이 찾아 먹어봤지만 효과는 그 순간뿐이었다.
그동안 운동을 안 했던 건 아니었는데 이미 변비는 만성이 되어버려서 항상 더부룩한 배를 끌어안고 살았다. 하지만 다른 습관은 유지하고 러닝만 추가했을 뿐인데 화장실 가는 게 즐거워졌다.
음식을 딱히 크게 바꾸지도 않았는데, 그냥 뛰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다. 더불어 툭 튀어나왔던 똥배도 함께 실종됐다. 본인이 변비에 지쳐 있다면 조금만 시간을 내어 뛰어봤으면 좋겠다. 효과 확실한 변비약이 틀림없다.
입맛 수직상승
저강도의 유산소 운동은 혈액이 소화기관, 즉 장으로 가서 소화가 잘 된다. 결국 화장실을 잘 가게 되고 금방 배가 고파진다.
원래도 잘 먹고 살았지만 러닝 후엔 위가 늘어나는 게 걱정일 정도로 많이, 잘 먹고 있다. 운동을 하고 있는 중에 슬슬 배가 고프기도 하다.
그렇지만 먹는 거에 비해 몸무게는 늘지 않았다. 아마 칼로리 소모가 꽤 많이 되는 운동이어서 그런 것 같다. 무얼 먹어도 입맛이 없다면, 역시 러닝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20대 체력 가능
운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체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지만 러닝을 하고 잘 먹고 잘 자다 보니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나의 20대 때 체력보다 좋아진 듯하다.
저녁에 일이 있거나 조금 늦은 야근을 하면 다음날까지 너무 힘들었다. 이젠 어느 정도 체력이 받쳐주니 언제나 눈이 빛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러닝을 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술을 마실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변한 내가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좋아진 체력을 또 러닝에 쏟아부으려는 욕심이 생기는 게 함정이다.
긍정의 문이 열린다
많은 의사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러닝이 뇌와 자율신경계에 좋다고. 아마 그 이야기를 듣고 러닝에 입문한 사람도 꽤 될 것이다. 중강도의 유산소 운동은 뇌세포를 재생시킨다는 연구도 있는데 난 전문적인 건 모른다.
기억력과 학습능력도 좋아진다고 하는데 그것도 아직 모르겠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머리를 비울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아무리 방구석에서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있으려면 그게 마음대로 될까? 오늘 있었던 스트레스가 쉽게 잊힐까? 예민한 성격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더더욱 힘들다.
러닝을 뛰는 도중엔 그냥 "힘들다" 이 생각 하나만 든다. 그리고 "어떻게 뛰어야 더 잘 뛸까" 정도다. 운동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생각은 쉽게 끼어들지 못한다.
다 뛰고 나서 상쾌한 기분이 들고 그날 하루가 활력으로 가득 차다. 내 경험으로 운동을 한 날과 안 한날의 차이가 극명했다.
글 소재가 생겼다
내가 처음 글을 쓴 시점이 러닝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글을 써보고 싶긴 한데 딱히 뭘 써야 할지 몰랐다. 마침 나의 경험에 대해 쓰고 싶었고 러닝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자연스러운 소재거리가 됐다.
러닝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지만 글도, 러닝도 모두 초보자의 마음으로 조금씩 쓰게 되었다. 많이는 아니어도 내 글을 봐주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내 실력도 늘어났다.
이 둘이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어서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경험이 되었다.
부상조심 또 조심
초보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욕심을 내는 시기가 온다. 나도 이제 막 첫발을 디뎠을 땐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냥 즐겁고 "못 뛰면 말지"라는 편한 생각으로 뛰었다.
그렇게 한 달이나 지났을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다음 스테이지가 궁금한 게임처럼 중독이 되고 있었다. 괜히 어제보다 더 빠르게 해 보려고 발버둥 치기도 하고 한 달 마일리지를 억지로 채운적도 있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 나 또한 발목이 시원찮았다.
그쯤에서 쉬고 말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욕심은 내려놓을 수 없었다. 결국 아파서 고생을 좀 해서 며칠 못 뛰는 손해를 봤다. 언제나 처음처럼 즐긴다는 마음은 잊지 말아야 한다. 본인의 역량을 알고 잘 조절한다면 큰 단점은 아닐 것 같다.
시간 쪼개기
나 같은 직장인은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게 어렵다. 보통 새벽이나 퇴근 후 시간을 쪼개서 운동을 한다. 주말을 이용해서 더 많이 할 수도 있지만 주말도 변수가 많다.
그래서 항상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산하게 되는 게 습관이 됐다.
"내일은 아침 5시에 뛰어야지"
"오늘은 퇴근하고 바로 뛰아야겠다"
이런 식으로 미리 계획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하루의 잉여시간을 많이 줄이게 된다.
빨리 운동하고 밥먹다 보면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뒹굴면서 유튜브 볼 시간 따위 생기질 않는다. 물론 매일 이렇게 산다면 지치게 되니 적당히 중간중간 쉬니 할만해졌다.
그렇게 본다면 이것도 장점인가?
러닝화만 보인다
이건 정말 나에겐 심각한 단점이다.
점점 사고 싶어지는 아이템이 많아진다. 흔히 "장비빨"이라고 하듯 좋은 옷이나 신발을 신으면 잘 뛸 것만 같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난 장인이 아니니까..
괜히 러닝용품 구경해 보고, 새로 나온 신발 리뷰 보는 재미에 빠졌다. 누군가 멋진 러닝화를 신고 뛰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다. 잘 뛰는 사람은 러닝화가 좋아서 잘 뛰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부질없다는 걸 알지만 화려한 러닝화는 자기 좀 보라는 것처럼 빛나는 것 같다. 이쯤 되면 카드를 없애버려야 하나 고민된다. 열심히 참으며 내가 정한 목표에 도달했을 때 선물로 줄 계획이다.
이 좋은 걸 나는 너무 늦은 나이에 알아버렸다. 예전엔 ‘뛴다’는 행위 자체가 그저 고통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뒤늦게 깨달은 게 아쉽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오히려 다행이다.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즐길 수 있는 만큼 천천히 더 멀리 달려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