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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Oct 31. 2023

미국 위앙종으로 출가한 다국적 스님들...

제가 출가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입니다. 영화 스님은 위앙종의 창시자인 위산영우(潙山靈祐, 771~853) 선사가 주석하며 법을 펼쳤던 위산의 이름을 따라서 '위산사'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한국에는 이미 크고 멋진 절도 많고, 훌륭한 스님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째서 이런 절처럼 생기지도 않은 신기한 곳에서 출가했을까요?

미국 캘리포니아 위산사, 2019

영화 선사(永化禪師, Master YongHua)

미국 위산사를 건립한 영화 선사는 베트남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대학교와 MBA를 마쳤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람들은 줄곳 영화 스님을 만나면 틱낫한 스님을 언급합니다. 영화 스님은 사실 베트남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미국적입니다. 영화 스님을 알면 알수록, '아! 스님은 진짜 찐 미국인이네!'라고 느낍니다. 


영화 스님은 중국 위앙종(潙仰宗, Wei Yang Lineage)의 9대 조사인 선화 상인(1918~1995)을 만나서 출가하였습니다. (*중국에서는 높은 스님을 호칭할 때 '상인上人'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그가 펼치는 대승불교는 중국에 그 뿌리가 있습니다. 선화 상인은 영화 스님이 출가하자마자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영화 스님은 선화 상인의 도량에서 사미로 몇 년간 수행하다 결국 선지식을 찾기 위해서 그곳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 후 영화 스님은 오랫동안 살아있는 스승이 없어서 매우 괴로웠다고 말합니다. 하루하루 살면서 '오늘만 살아남자'는 결심으로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영화 스님은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당신이 겪었던 괴로움을 겪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영화 스님은 누구든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영화 스님은 선화 상인이 살아계실 때 했던 법문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법문을 하고, 선(禪)에 관한 지침도 서양식 문화에 맞도록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스님은 처음 선 명상을 가르칠 때, 가정집 거실에서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홀로 선칠 수행하면서 매우 안락했는데, 어느 날 선화 상인이 나타나서 가르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선을 가르치는 중 그는 노산사(盧山寺, Lu Mountain Temple)를 시주받았습니다. 영화 스님은 그때부터 선과 정토를 동시에 지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영화 스님으로부터 선 명상을 배우던 제자들이 하나둘씩 출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노산사가 포화상태가 되어서 더 이상 찾아오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되자 공간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위산사가 태어나야만 했습니다. 

 

미국 위산사(潙山寺, Wei Mountain Temple)

미국 위산사는 1920년대에 설립된 교회 건물입니다. 미국에서는 종교시설을 짓는 것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다른 명상센터와 사찰들도 교회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2017년 거의 폐허가 된 교회 건물을 매입해서 지금까지도 계속 리모델링 중입니다. 건물 꼭대기에 있는 십자가도 아직 철거하지 않았으며, 법당 안에 있는 스테린드글라스 예수님도 아직 남겨져 있습니다. 위산사는 현판도 달지 않았는데, 수행하는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위산사의 스테인드글라스, 2019

영화 스님과 제자들

미국에서 영화 스님을 따라서 출가한 제자들은 하이브리드입니다. 왜냐하면 국적은 미국이지만 문화적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안타깝게 환속했지만 영화 스님을 만나 가장 먼저 출가한 현계(XianJie) 스님은 스위스계 미국인입니다. 로스엔젤리스에서 태어나서 UCLA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했습니다. 현계 스님은 대학 때부터 불교에 흥미를 느꼈고, 일본 젠 센터에서 10년 가까이 불교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스님을 만나고 나서야 ‘지적 불교’가 아닌 진정한 ‘수행[行]’과 선정(禪定)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미국 위산사의 법당, 2019

대만에서 태어난 현신(XianXin) 스님도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왔습니다. 출가 전 미국 내 큰 기업에서 수석 엔지니어였던 그녀는 영화 스님의 오래된 제자 중 하나입니다. 사실 그녀는 중국어로 말할 수 있지만, 미국인이고, 미국문화에 더 익숙합니다. 그래서 현신 스님에게 중국이나 대만에 대해서 물어보면, "사실 나 대만 잘 몰라요!"라고 말합니다. 이제 현신 스님은 위산사의 주지가 되었고, 많은 이들로부터 공경받습니다. 승가의 많은 구성원들도 현신 스님에게 조언을 구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현순(XianShun) 스님도 영화 스님의 오랜 제자 중 한 분입니다. 그녀는 중국인이지만 어릴 때 캄보디아에서 자랐고, 십 대에 미국으로 이민왔습니다. 지금은 노산사와 위산사에 상주하며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현지 노스님, 현지 스님, 현통 스님, 현료 스님은 베트남계 미국인입니다. 그들도 베트남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국적을 가진 미국인입니다. 


한국에서 미국 위앙종으로 출가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미국에서 출가한 사람 중 막내가 저입니다. 저는 2012년 영화 스님을 만나서 선과 대승불교를 접했고,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고 내 개인의 향락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보다 영화 스님의 곁에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인생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한국인이지만 미국 위앙종으로 출가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고 자유분방한 영혼이라서, 아마도 한국에서 불교를 접했다면 출가는 커녕 오랫동안 절에 다니긴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금림사(金林寺, Gold Forest Chan Center

법장사(法藏寺, Dharma Treasury Temple)

미국에도 수행자는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의 요청으로 영화 스님은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도 도량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21년 구글 본사와 많은 IT기업들이 위치한 실리콘벨리에 금림사, 2022년 샌프란시스코 선셋 디스트릿에는 법장사가 차례로 문을 열었습니다. 사실 금림사는 이제야 공사가 끝나가는데, 이미 포화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미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산호세 금림선사, 2021
금림선사, 2022
샌프란시스코 법장사, 2022

한국으로 온 미국 위앙종

우리 한국인들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큰 자부심이 있지만 선지식을 찾아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꺼리지 않습니다. 제일 좋은 건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좋은 스승이 있다고 여기면 어려움과 불편을 마다하지 않고, 태국, 미얀마, 베트남, 대만, 유럽 그리고 미국까지 전 세계로 찾아갑니다. 


그렇게 2018년부터 꽤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불칠과 선칠 수행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후 2020년 5월 한국 수행자들은 한국 청주에 공간을 마련하고, 영화 스님께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청주 보산사(寶山寺, Jeweled Mountain Temple)가 탄생했습니다. 그때부터 보산사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한국 스님들도 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수행하다가 출가하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이제 우리 승가 중 반은 한국인입니다. 

 

한국은 대승의 뿌리가 깊습니다. 사람들은 찾아와서 위앙종의 가르침과 수행이 삿된 길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인지합니다. 모두들 좋은 길로 가기 위해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기여하고자 노력합니다. 예전에 영화 스님을 모시고 처음으로 한국에 왔을 때, 스님께서 "한국은 이렇게 오픈 마인드인데, 전통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보존한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다"라고 언급한 기억이 납니다. 영화 스님이 늘 말했듯 한국인들이 수행으로 더 많은 힘과 지혜를 얻어서 한국의 대승이 다시 한번 크고 찬란하게 피어나길 바랍니다. 십여 년 전 미국 노산사에서 선 명상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한국인 도반들도 와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출가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고향인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나눔의 기쁨은 수행 속에서 얻는 혼자만의 작은 즐거움보다 훨씬 더 큽니다. 


비록 우리가 중국의 정통 선맥인 위앙종의 법을 이어서 시작했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대승이 더 크게 발전할 것이고, 우리는 가장 좋은 것들을 취하고 발전시켜서 전 세계로 대승을 퍼뜨려나갈 것입니다. 


글쓴이: 현안(賢安) 

2012년부터 영화 선사(永化 禪師)를 스승으로 선과 대승법을 수행했으며, 2015년부터 선 명상을 지도했다.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후 스승의 지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분당 보라선원(寶螺禪院)에서 정진 중이다. 국내 저서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으며, 영화 선사의 경전 강설집인 『불유교경』(어의운하, 2023)의 번역 및 출판에 참여했다. 

분당 보라선원, 2023.
청주 보산사, 2023.
청주 보산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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