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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Dec 11. 2023

불교란 무엇인가? 백락천의 이야기.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  

중국 당나라 때 백락천(白樂天 , Bailetian)이라는 유명한 시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경륜을 지닌 정치가였는데, 본래 총명하고, 학식도 뛰어났습니다. 게다가 벼슬이 자사의 지위까지 올라 자못 그 우월감에 빠져있었습니다. 그가 항주태수(杭州太守)가 되었을 때, 과원사라는 절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그곳에 도림선사(道林禪師 741-824)라는 고승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백락천은 직접 가서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백락천은 그 절에 자신의 수행원을 거느리고 찾아갔습니다. 당시 도림선사는 청명한 날이면 경내에 있는 노송에 올라가 좌선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조과선사(鳥窠禪師)라고도 불렀습니다. 백락천이 절에 가서 선사를 찾으니, 선사는 나무 위에서 졸고 있었습니다.


백락천이, “선사님, 나무 위가 위험하니 얼렁 내려오세요.” 하니까,

“네가 서있는 땅보다 내가 앉아있는 이 나무 위가 더 안전한데?”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백락천이 가르침을 받으러 왔다 하니, 선사는 찾아온 손님이 상공인지라 마지못해 나무에서 내려와 방장실로 안내하면서, “그래 어찌 이렇게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노?”


그러자 백락천은 평소 좌우명으로 삼을만한 법문 한 구절을 들으려고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백락천은 학식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데, 좌우명으로 삼을만한 법문을 청한 것입니다. 그러니 보통 사람 같으면 섣불리 아무 말이나 일러줄 수 없을 것 같지만, 선사는 서슴지 않고 게송 하나를 써주었습니다.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면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그러니 백락천은 “스님, 그건 3살 난 아이도 아는 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조과선사는, “3살 어린이도 아는 말이지만, 80 난 노인도 실천하기 어렵다.”


평상심(平常心)이 곧 도(道) 임을 크게 깨달은 백락천은 공손하게 절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백락천은 정토불교세계와 노장사상이 담긴 여러 작품을 남겼으며, 148명에 가까운 사람들과 ‘상생회(上生會)’라는 모임을 만들어 염불하고, 서방정토에서 왕생하길 기원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노년에 벼슬을 내놓고 18년 간 향산사에서 지내며 불사를 도왔다고 합니다. 


사실 어떤 악도 짓지 않고, 선을 받들어 행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까지는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을 멈추고, 타인을 위해 손해를 감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고, 뒤에서 몰래 나에 대해서 헐뜯고 모함할 때,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쉽게 무너집니다. 누군가 내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예민한 부분을 말하면 우리는 그 즉시 감정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렇다고 나쁜 감정과 생각을 거부하거나 숨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우선 나 자신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왔다면 그걸 인정하십시오. 그리고 그 생각을 정당화하지 마십시오. 남을 탓하거나 부정하는 생각 이면에는 나의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그러니 수행으로 아주 멀리까지 나아가고 싶다면, 어제보다 오늘 좀 더 양보하고, 손해를 감수하십시오. 더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보십시오. 그것이 수행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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