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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Oct 31. 2024

삼보일배

삼보일배 

2024.10.28.

한국에서 한때 절 수행이 유행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종교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절 수행을 실천했다고 합니다. 사실 절은 아주 효과적이고 이로운 명상의 한 형태입니다. 절도 선(禪)입니다. 선(禪)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좌선 즉 앉아서 명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매우 효과적인 다른 방법들이 많습니다. 

사실 좌선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앉아서 다리 통증도 견뎌야 하고, 지루함도 견뎌야 합니다. 졸음도 견뎌야만 합니다. 맘속에서 올라오는 많은 생각도 견뎌야 합니다.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단련해야 오랫동안 앉아서 좌선하고, 그렇게 집중도를 올릴 수 있게 됩니다. 

명상이 유행하니까 많은 사람이 시도해봅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좌선을 해보니 너무 힘드니까 염불, 참회법, 봉사, 절 수행 이런 걸 소개해주면 죄다 따라옵니다. 유럽에 초청받아서 선 명상을 가르치러 갔는데, 바닥에 잘 앉지도 못하는 유럽인들이 얼마나 앉을 수 있겠나요? 3일 내내 선 명상을 시켜야 하는데, 처음 온 사람들은 부푼 마음으로 왔습니다. 그래서 앉아서 하는 명상으로는 온종일 할 수 없어서, 기독교, 천주교, 무교인들에게 명상이 왜 중요한지, 어떤 원리로 몸과 마음이 변하는지 여러 가지 설명을 해주고는, 절 시키고, 염불시키고, 능엄주, 약사주도 시켰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염불하고 절을 배우고는, 명상보다 그것들을 더 좋아합니다. 더 하자고 했습니다. 특히 유럽인들은 절 수행을 좋아했습니다. 매일 더 하자고 졸라댔습니다. 왜 그럴까요? 효과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결가부좌로 앉는 게 너무 힘들고 싫다면, 앉아서 불평하는 대신, 내일로 미루는 대신, 절 명상을 해보세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 대신 절하는 겁니다. 일어나자마자 1시간 또는 2시간 정해서 절하는 겁니다. 그런데 각오하십시오. 수행에서 쉬운 것은 없습니다. 어려워야 진짜 명상입니다. 하지만 어려움과 장애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면 발전하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절 수행은 아주 강력한 수행법입니다. 특히 불교에는 “삼보일배”란 걸 합니다. 방에서 제자리에서 절하는 방법도 있지만, 밖에 나가서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겁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그렇게 계속하는 겁니다. 빠른 진전을 원한다면, 무릎 보호대나 장갑을 끼지 마십시오. 이마에도 뭘 착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근사한 상처가 생기는 겁니다. 멋지지 않나요? 땅에서 절을 하고 이마를 땅에 대는 겁니다. 

그리고 매 걸음 절할 때마다 매우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걸음을 내디딜 때 어떤지 인지하는 겁니다. 천천히 하나, 둘, 셋 그리고 절합니다. 마음에 부처님에 대한 극도의 공경심을 갖고 하는 겁니다. 아래로 내려가면 손이 땅에 닿는 것도 감지합니다. 땅의 차가움과 거침도 감지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살이 까지지 않으려면 매우 조심스럽게 몸을 낮춰야 할 겁니다. 

그렇게 완전히 집중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겁니다. 무게를 너무 싣고 내려가면 피부가 벗겨지고, 손, 무릎도 까질 겁니다. 그러니 보호대가 없어야 완전히 집중하고, 피부가 뚫리지 않게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실수로 조금 벗겨질 수 있습니다. 그건 여러분이 아직 자각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자신의 힘을 잘 조절할 줄 모릅니다. 하지만 매일 연습하면 한 달, 두 달 그렇게 단련하면, 피부가 단단해지고, 자신의 힘을 잘 쓰는 법을 터득할 것입니다. 

힘을 조절해서 땅에 살짝 닿기만 하는 것입니다. 땅에 닿았을 때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마도 내립니다. 이마도 닿기만 하고 멈추는 겁니다. 너무 세게 하면 피부가 벗겨지겠죠? 절하는 전체의 과정이 힘을 사용하는 내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겁니다. 아래로 내려가서 혼자 지탱하고 무릎도 과하지 않게 땅에 닿게 합니다. 손을 펼 때도 엄청난 집중이 필요합니다. 어렵나요? 너무 많은 힘을 쓰면 안 됩니다. 그렇게 무릎, 이마가 땅에 닿고, 손바닥을 펴고 닫고 다시 부드럽게 밀어서 일어나야 합니다. 아주 느린 동작으로 말입니다. 완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게 일심입니다! 

그러면 법당 구석에서 결가부좌하고 앉아서 졸고, 핸드폰 보는 것보다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건 일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심으로 절하는 겁니다. 그래야 피부가 벗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피도 좀 나오고, 피부가 벗겨질 수 있을 겁니다. 직장에 다닌다면 직장동료들이 보고 웃을 겁니다. “이마가 우끼네” 할 겁니다. 딱지도 생길 겁니다. 그러면 그냥 임시로 테이프 정도만 붙이고 해보십시오. 여기서 요점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앉아서 명상하는데 자꾸 졸려서 명상할 수 없다면 절을 해보십시오. 그러면 잠이 깰 겁니다. 그렇게 절하면 그것도 명상입니다. 아주 아주 힘든 형태의 명상인 겁니다. 왜냐하면 목표가 매우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이마를 보호하고, 팔, 무릎 등을 보호해야 하니까요. 거의 무술 같은 겁니다. 하지만 절은 더 불교적입니다. 왜냐면 누구랑 싸우거나 해치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만 보호하면 됩니다. 밖에서 삼보일배한다면 여러분은 추위와 싸워야 합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감기가 들어옵니다. 손도 춥고, 입술도 추울 겁니다. 머리도 시렵고, 귀도 차가울 겁니다. 결가부좌 수행처럼 절 수행도 조금씩 시간을 늘려갈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만 절을 하면 더 느립니다. 빨리 진전하고 싶다면 밖에 나가서 이렇게 해보십시오. 어려울수록 더 많은 이해를 얻게 됩니다. 더 많은 걸 얻게 될 것입니다. 

절 수행도 명상의 한 형태이지만 결가부좌처럼 통증을 직면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더 오래 하면 할수록 좋습니다. 매일 1시간, 2시간 이렇게 말입니다. 일심으로 하는 겁니다. 결가부좌처럼 절도 처음엔 힘들 겁니다. 그만두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그만두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절 수행에도 놀라운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절을 하다가 아래로 내려갔을 때, 무엇을 발견할지 모릅니다. 개미가 있을 수도 있고, 돌멩이가 있을 수 있겠죠. 그러면 그 순간 절을 해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때에는 절하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어떤 게 이마에 묻어있을 수 있습니다. 이마에 뭐가 으깨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절합니다. 그렇게 하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든 절에 집중해야만 하는 겁니다. 이게 생존 문제 같은 겁니다. 그러면 일심이 됩니다. 절하는 바닥에 흙도 있고, 자갈도 있고, 뭔가 안 깨끗할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가 지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절 수행의 한 부분입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십시오. 분별하지 말고 오직 절에만 집중하십시오. 그겁니다. 다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겁니다. 분별하지 마십시오.

깨끗하거나 더럽거나, 축축하거나 말랐거나, 땅이든 시멘트이든, 자갈이든 아니든 그냥 절에만 집중합니다. 알았나요? 한 가지만 합니다. 오직 절만 하고, 나머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이것이 절 명상입니다. 실외에서 절한다면 자신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우게 될 것입니다. 힘을 조절하는 걸 배우는 겁니다. 

실내에서 한다면 조금 다릅니다. 가능한 한 몸을 낮춥니다. 몸을 최대한 납작하게 합니다. 다리도 평평하게 만듭니다. 정신적으로 ‘당신에게 절하는 나는 가장 낮은 존재입니다’라는 겁니다. 자신을 복종시키고, 아상을 버립니다. 그게 다른 점입니다. 아무튼 절 수행과 앉아서 하는 좌선을 둘 다 하면 좋습니다. 진전이 빨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절에 가서 절 수행을 하십시오. 그러면 더 좋습니다. 집중이 더 좋아집니다. 절에서 명상하고, 절하면 보호가 있습니다. 다른 곳보다 집중하기 더 좋습니다. 

그리고 그건 절마다 다릅니다. 그 절의 주지 스님, 거기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수행 수준에 따라서 다릅니다.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절에서 하고 싶지 않은 분은 집에서 해도 괜찮습니다. 앉아서 하는 명상만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절을 해보고 싶다면 실내든, 실외든 꼭 해보십시오. 왜냐하면 절을 하면 여러분의 아상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좌선은 아상을 강화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하면 아상이 줄겁니다. 왜냐하면 먼지, 흙, 습기 등을 견디고 몸을 낮추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왜냐면 더러운 것이 몸에 묻고, 이마에 묻기 때문입니다. 

매일 절 수행을 하면 2개월, 3개월 안에 스스로 집중도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될 것입니다. 건강도 좋아질 겁니다. 좌선도 더 잘 될 겁니다. 절해서 더 빨리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느끼거나, 여러 보호대를 차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절하는 것보다, 보호대 없이 밖에서 지저분해지면서 천천히 몸의 힘을 조절하는 걸 배우고,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수행에 더 좋습니다. 이것이 바로 절을 통한 선정 수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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