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의 뿌리까지 다스리는 힘

by 현안 XianAn 스님

명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풀리면서 몸도 가벼워지는 걸 느끼게 된다. 그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명상의 매력을 처음으로 알려주는 통로다. 하지만 그때가 오히려 주의해야 할 순간이기도 하다. 그 안정감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처음 명상을 시작했을 때 나 역시 그랬다. 기분도 나아지고, 뭔가 내가 괜찮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스승님으로부터 “멈추지 말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기 때문에, 그 편안함 속에 머물고 싶었지만 계속 더 열심히 절에 가서 봉사하고, 명상하고, 정진했다.


절에 가면 사람들과 부딪히고, 불편한 상황에 처할 일이 많아진다. 하지만 영화스님의 지침에 따라 계속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런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다시 감정이 휘둘리고, 마음이 요동쳤다. 때로는 그저 집에 돌아가고 싶었고, 절에 가기 싫은 날도 많았다. 앉아 있는 동안에는 마음이 조용해졌지만, 그런 상황에 처하면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반응하고 후회하길 반복했다.


그렇게 끊임없이 채찍질을 당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이제서야 선 명상의 본질이 뭔지, 진짜 수행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조금씩 체감하게 되었다.


선은 단지 마음을 안정시키는 기술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 내가 스스로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가장 밑바닥을 드러내게 해주는 수행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내가 왜 반복해서 괴로워하는지, 어떤 생각이 나를 늘 같은 방향으로 이끄는지를 점점 더 선명하게 알게 된다.


피하고 싶었던 사람들과 상황을 피하지 않고, 계속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음을 진짜로 다스리는 길이다.


마음이란 어쩌면 끝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물과 같다. 하지만 아무리 큰 파도라도, 바닥을 다지면 출렁임은 줄어든다. 선 명상은 그 바닥을 다지는 일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지금껏 외면해온 마음의 구조가 드러나고 있다는 뜻이다.


피하지 말고 계속 앉아보자. 그걸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분명히 달라진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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