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줄이며 마음도 정리합니다

오랜 시간 "이건 필요할지도 몰라" 하며 하나둘 방에 들여놓았던 물건들

by 현안 XianAn 스님

서울 도심에 선원을 마련하느라 정신없이 한 달을 보냈습니다. 이제 공사도 거의 마무리되었고, 짐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짐이 훨씬 많았습니다. 오랜 시간 "이건 필요할지도 몰라" 하며 하나둘 방에 들여놓았던 물건들이, 어느새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짐을 꺼내다 보니, 문득 출가 초기의 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출가를 결심하며 세속의 물건들을 거의 다 내려놓았고, 그때는 텅 빈 마음으로 절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짐이 많아졌고, 마음도 그만큼 복잡해졌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편안함을 위해 물건을 늘려 갑니다. 가방도, 신발도, 옷도 '여분'을 준비하지만, 그 여분이 어느새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물건이 많아질수록 마음도 함께 복잡해지는 걸, 이삿짐을 정리하며 실감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수행을 이끌어가려면 필요한 물건들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무소유를 주장하며 사람들과의 소통을 끊는 수행은 제가 바라는 길이 아닙니다. 다만 이번 이사를 계기로, 방 안의 짐뿐 아니라 마음속 짐도 덜어낼 수 있었던 것이 참 다행입니다.


짐을 줄이는 일은 단지 공간을 넓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 마음을 다시 비추어보는 기회였습니다. 수행자의 삶은 결국, 다시 돌아보고 또 내려놓는 일임을 다시금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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