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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Aug 31. 2022

어두운 밤 도봉산 광륜사에서 오래앉기 참선 정진

도봉산 자락의 맑고 시원한 산공기와 함께하는 불교 명상시간


어젯밤 그동안 함께 참선 수행해 온 학생들과 함께 도봉산의 시원한 산자락의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정진할 수 있었습니다. 광륜사는 도봉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변 다른 사찰들보다는 교통이 편리한 편입니다.


사람이 많아서 잠시 인사만 드릴려고 했는데, 명원 스님께서 너무나 친절하게도 정진하신 경험도 말해주시고,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치(사성제, 팔정도, 정견 등)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면서 차를 주셨습니다. 이야기 하다보니 자꾸 사람이 늘어서 차실에 발을 들여놓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이렇게 광륜사 주지 명원 스님의 소참 법문 후 시민선방인 금강선원으로 갔습니다.

종무소 실장님께서 친절하게 과일과 간식도 미리 챙겨주셨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늘 배고프다고 하는데, 저녁을 제대로 먹지 못한 학생들은 과일과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명상반 학생들은 다들 다리가 아프다, 힘들다 하면서도 표정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이지만, 다들 진지하게 정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함께 아픔을 참고, 괴로움을 견디면서 하는 수행이라서 그런지, 소음을 내더라도, 낑낑거리면서 신음을 해도 다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되나봅니다. 수행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넓어져야 하는데, "내 수행하는데 네가 감히 시끄럽게 해?"라는 태도라면 안되겠죠? 그래서 우리 명상반 학생들이 옆에서 아프다고 신음하는 사람이 있었도 웃어줄 수 있다는게 참 아름다워보였습니다.


사실 이번에 처음 참석한 분들이 있었는데, 몇달간 함께 명상 수행한 학생들이 자진해서 개인적인 경험을 자유롭게 공유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명상이 좋은지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챙겨주려 하고, 서로 독려해주려 하는 학생들의 표정과 태도를 보면서, 매일 매일 나름대로 열심히 명상반을 위해서 글쓰고, 공지 올리고, 독려하고 했던 많은 시간들이 헛되지 않습니다. 마음이 뿌듯합니다.


그리고 광륜사에서 이런 좋은 환경에서 명상하게 해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정릉 보덕선원에서 명상을 처음 접한 한 어르신은 3개월 되었는데, 첫 수업시간에 그냥 바닥에서 양반다리조차 쉽지 않으셨죠. 그런데 이제 이렇게 결가부좌로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르신이 하는 말이 본인이 하는 일에 훨씬 집중이 잘되고, 건강이 많이 향상됨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다 함께 참선하던 중 박수를 쳐드렸습니다. 사실 우리 명상반에는 오히려 연령 70대 이상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이렇게 살아남으신게 정말 대단합니다.


정진하는 동안 선방 저쪽 구석에서 배고프다고 간식 먹는 사람들도 있고, 그 와중에 에서 계속 결가부좌 수련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프다고 시름시름 작은 비명을 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중에 바로 옆에서는 결가부좌의 아픔에 도움이 된다면서 밤세워서 연필깎기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ㅎㅎㅎ


아마 우리가 하고 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 문열고 들어왔다면 아무도 명상이나 참선하는 사람이라고 느끼지 못할겁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마음의 변화와 몸의 변화는 내 자신이 제일 잘 아니까요! 사람들에게는 진지한 명상가로 보이지 않더라도 내가 더 평화롭고 자비롭고, 이해심 있는 사람으로 변해간다면 그럼 우리는 바른 길로 가고 있는겁니다.

광륜사는 밤에 더 아름다웠습니다.

맑은 가을 하늘.. 청량한 공기...

참여한 분들 중 몇 분은 새벽 2시반까지 다리를 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중 또 한두명은 남아서 도봉산의 맑은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잠시 산책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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