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란 Aug 23. 2022

개똥철학은 개똥일까, 철학일까?

우리나라 합성어 해석하기

우리나라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표현이 있다.


나는 여기에 덧붙여 우리나라 합성어는  단어가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오리너구리는 너구리가 본질에 가깝고 키위새는 당연히 키위가 아니라 조류다. 반달가슴곰은 밤하늘에 떠있지 않고 무시무시한 앞발을 휘두르는 맹수다. 반달은 곰의 가슴 한복판의 무늬일 뿐이다.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태즈메이니아 데빌로 나에게 시비를 걸지 말자. 얘는 악마가 아니라 태즈메이니아 주머니 너구리라는 엄연한 한글 합성어가 있고 당연히 너구리가 본질이다.


한편 태즈메이니아 데빌(태즈메이니아 주머니 너구리)은 귀엽다.


나무 지팡이의 본질은 지팡이고 책상 서랍의 주 기능은 서랍이며 연탄재는 다 타버려서 더 이상 태우지 못하는 '재'다. 감귤은 귤이며 밤고구마는 고구마다. 할미꽃이 할머니가 아니듯 황제펭귄도 황제는 아니다. 참, 어느 사례나 조심해야 할 게 있는데 양잿물은 본질이 물이지만 사실 '수산화나트륨'이다. 몸에 해로우니까 절대 마시면 안 된다. 빨래하는데나 쓰자. 광대버섯도 광대가 아니라 먹을 수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독버섯이다.


이제 사람 쪽으로 나아가 보자. 정신병자는 ‘정신병’에 초점을 두지 말고 몸이 아픈 ‘병자’라는 본질을 바라보며 치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장애인은 장애를 가졌을 뿐, 그 본질(사람)이 변하지 않는다. 장애를 가졌다고 비장애인과 다르게 대우하는 사람은 못된 사람이다. 남성 간호사, 여성 소방관 이런 거 다 별 의미 없는 표현이다. 뒷 단어가 본질이니까 성별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말자. 간호사, 소방관일 뿐이다.


그럼 개똥철학은 개똥일까? 철학일까?


이것 역시 나는 철학에 가깝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합성어 중 뒷 단어가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나의 이 개똥철학도 나름의 사고 체계와 논리, 예시를 기반에 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연구 끝에 우리나라 합성어는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단어를 뒤에 위치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말하면서도 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간에 나의 개똥철학에 의하면 인간쓰레기는 본질이 쓰레기다. 그러니 우리, 인간쓰레기만은 피하자. 끝.




image

-main: https://unsplash.com/photos/LJhXYHxPfEY

-태즈메이니아 데빌: https://unsplash.com/photos/XMnQnYND9JU

매거진의 이전글 돈은 있는데 재미는 없고, 인생 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