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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어학원 원장과 읽는 «에밀»

유아기의 교육 - ② 아이의 자유 의지

by 차아안

"나는 오랫동안 농민들 사이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남자든 여자든,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입 안에서 우물거리듯이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어째서일까? 농민들의 발음 기관은 우리와는 다른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그들은 다른 방법으로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날마다 나의 귀는 그들의 나이에 대해 나로 하여금 착각하게 한다. 내게는 열 살짜리 아이의 말소리가 들린다. 얼굴을 들어 보면 열 살짜리의 아이가 아니라 서너 살 정도의 아이이다. 이런 경험은 나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찾아왔던 도시인들은 모두 나와 똑같은 착각을 한다.

이러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도시의 아이들은 다섯 살이나 여섯 살이 될 때까지 방 속에서 시중드는 여자에게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라기 때문에, 자기 의사를 표현할 때 입 안에서 우물거리기만 해도 된다. 그가 입을 조금만 움직거려도 상대방은 열심히 들어 준다. 그렇게 열심히 듣고 있는 동안 사람들은 아이가 한 말이 아닌, 하려고 하는 말의 의미를 미리 알아 신경을 써 주게 되는 것이다."




루소가 겪은 경험은 오늘날에는 시골과 도시의 차이라고 하기보다는, 과거와 현재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우리 부모들은 아이의 의중을 미리 파악하여 위험 요소를 줄여주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가 어떤 어려움을 겪기도 전에 장애물을 치워주려는 분위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아이가 춥다고 말하기도 전에 "너 춥니? 지금 날씨 춥다. 옷 입자."라며 옷을 입혀주는 부모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아이의 뜻을 미리 헤아려 어려움으로부터 해결해줌으로써 더 친절한 부모가 되고, 아이를 올바르게 양육한다고 믿고 있다.


수업 중에 유달리 목소리가 작은 아이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노트를 가져오지 않으면, "엄마가 챙겨주지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 와서 배우는 것을 '수업을 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것, 노트를 챙기는 것, 추위를 느껴서 옷을 입는 것, 모두 사실은 아이의 의지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 혹, 부모들은 이것이 일견 맞는 이야기이지만, 배움에 있어서는 아이들이 주도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강요에 의해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생활지도는 생활습관으로 연결되고, 생활습관은 학습태도와 학습습관으로 발전된다. 고등학교까지 12년이라는 긴 학습기간을 강요에 의해서 버텨내기는 어렵다. 버텨낸다고 해도, 그로 인한 부작용은 간과하기 힘든 정도다. (2023년 우리 나라의 10대 자살률은 하루 7.9명, 20대는 22.2명이다.) 자기 의지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을 우리는 자유라고 하고, 자유가 빠진 자리에 강요를 넣게 되면 그 결과는 참혹하다. 상황이 이런데, 단지 학습성취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12년을 강요하여 아이를 학습시키는 것은 어려울 뿐더러 설령, 성공하더라도 부작용의 위험을 감안하다면 어리석은 육아전략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자기 의사에 의해서 행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목소리가 작거나 불분명하게 말하는 아이들을 보고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전개하는 것은 과장이거나 무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어려움을 겪을 기회를 갖고, 자유 의지를 갖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학습에 대해서는 또 말할 기회가 있으므로, 갓난 아기들이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을 묘사한 루소의 이야기를 한번 보자.


"아이가 바로 옆에 있는 사물과 백 발짝 앞에 있는 사물과를 구별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그것을 잡으려고 하는 것은, 아이에게 공간이라는 관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아이의 노력은 당신에게는 지배욕의 징후로 보이리라. 그가 물체를 향해 이리로 오라고 명령하고 있거나, 또는 당신에게 그것을 가져 오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리라.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것은 단지, 그 사물이 처음에는 머리 속에서만 보이고, 다음에는 눈을 통하여 보게 되고, 지금은 팔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보여, 자기 손이 닿을 수 없는 공간을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일 뿐이다. 그러므로 아이를 이리저리 이동시켜 주는 것이 좋다. 한 장소로부터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 환경의 변화를 느끼게 함으로써, 거리에 관한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거리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 즉, 당신이 원하는 때에만 아기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절대로 아기가 원하는 대로 이동시켜서는 안된다. 아이가 더 이상 자신의 감각에 의해 기만당하지 않게 되면, 그의 노력의 또 다른 동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가 사물을 만지고 싶은 상황(어려움)을 겪으면 부모가 바로 가져다(해결해)주지 않고, 거리를 인식(문제를 인식)시켜준 후, 사물을 만지러 가고 싶도록 동인(자유 의지)이 생기도록 유도하는 것. 이것이 부모가 가져야 할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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