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의 교육 - ④ 아동기 교육의 무용함
“사람들은 아이가 조금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 장래의 이익이라든가, 어른이 되었을 때의 행복, 컸을 때 사람들로부터 받을 존경 따위 – 에 아이의 주의를 돌리려 한다. 이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앞날에 대해 생각할 능력이 없는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해 본들, 그들에게는 전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와 같이 불쌍한 아이에게 강요되는 공부는 모두, 그들의 정신으로부터 멀고 아무런 인연도 없는 것들이다.”
루소가 살던 18세기에도 교육은 혹독하게 이루어졌다. 외국어, 지리, 역사 등의 공부도 해야 했고, 엘리트를 키우기 위한 교육이 귀족들 사이에서 이뤄졌었다. 특히,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이 많았고 그 때문에 개인의 창의성이나 자율성보다는 복종과 순응이 강조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맥락에서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는 동기를 부여해야 했다. 위에 루소가 했던 말은 아이들에게 학습의 당위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 당시에 주로 했던 말일 것이다. “너, 서울대 가야 잘 산다.”라는 말을 연상시키지 않은가? 무려, 300년이나 지났는데도 말이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보면 간혹, “저 영어 안 하면서 살 건데요?”라고 말하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당신이 이 아이의 부모라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영어를 하면 외국에 나가서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 “영어를 해야 좋은 대학에 가지.”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요새는 번역기가 다 해주는데요”, “안 좋은 대학을 가도 되는데요.”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말했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꼭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그런 건 아니야. 영어를 공부하면서 똑똑해질 수 있어. 마치 축구를 열심히 하면 달리기가 빨라지는 것처럼, 영어를 공부하면 현명해진다는 거지.” 하지만, 루소는 아동기에는 달라야 한다고 제안하다.
“그들(선생들)이 선택하는 것은 그 용어만 알면 모두 아는 것처럼 보이는 학문으로, 예를 들면 문장학(심볼과 문양을 연구하는 학문), 지리학, 연대기, 어학과 같은 것인데, 이런 것은 모두 인간에게, 특히 아이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는 공부이다. 그러므로 이중의 어떤 것이 일생 동안에 한 번이라도 소용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신기할 정도의 학문인 것이다. 어학 공부도 쓸모없는 교육 중의 하나라고 하면, 독자 여러분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어린아이의 공부에 대한 것만이라는 것을 상기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사람들이 뭐라 하든, 12살이나 15살까지는 어떤 아이이든, 천재는 별도로 하고, 2개 국어를 완전히 배운 아이가 있다고는 믿을 수 없다.”
루소는 어린아이에게 이른바 학문을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왜일까? 첫째는 아이들에게는 그런 학문을 공부할 동기가 없고, 둘째는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가령, 역사를 공부할 필요도 없는데, 억지로 외우게 해서 ‘태종태세문단세…”를 외운다고 한들 조선의 왕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상을 갖고 어떤 정치를 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루소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에밀)가 읽기를 철저히 싫어하게 된다면 읽을 수 있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직 좋아할 수 없는 학문이 그에게 혐오스러운 것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일단 싫어졌기 때문에 그가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가 지난 후에까지도 그런 혐오가 그의 마음을 학문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일이 없도록 특히 마음을 써야 한다.(루소가 퀴틸리아누스의 «변론술교정»에서 인용)””
루소는 아이에게 억지로 책을 읽히는 것도 좋지 않다고 했다. 대신, 아동기의 시기에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한다. 체력에서 어른이 되도록 만들라고 한다. 그러면 나중에 이성에서도 어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때도 잔소리를 하지 말라고 외친다.
“끊임없이 지시하고, 끊임없이 ‘가라, 와라, 가만히 있어라, 이것을 해라, 저것을 하면 안 돼’하고 잔소리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면 아이를 멍청이로 만들 것이다. 언제나 당신의 머리가 그의 팔다리를 움직이게 한다면, 그의 머리는 필요 없어진다.”
자, 그럼 루소의 학생인 에밀은 어떻게 자라게 될까? 억지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동기를 주지도 않고, 때문에 역사, 어학은 물론이거니와 책도 읽지 않은 에밀은 어떤 아동기를 보내고 있을까? 에밀이 아직 아동기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루소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이번 에피소드를 끝낸다.
“나의 학생, 아니 자연의 학생은 어떤가 하면, 되도록 자기 일은 자기가 처리하도록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따위의 습관은 전혀 없고, 자신의 박식함을 남에게 자랑하는 버릇은 더더욱 없다. 그 대신 자신에게 직접 관계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판단하고, 예상하고, 추리한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행동한다.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조금도 알지 못하지만,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일은 아주 철저하게 알고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므로 당연히 많은 일을 관찰하게 되고, 많은 결과를 알게 된다. 그는 일찍부터 풍부한 경험을 획득한다. 그의 스승은 자연이지 인간이 아니다. 자기에게는 어떤 학과도 부과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한층 더 빨리 배우게 된다. 이렇게 하여 그의 신체와 정신은 동시에 단련된다. 언제나 자신의 생각에 의해 행동하지 타인의 생각에 의해 행동하지 않으므로, 그는 사고와 행위의 두 가지 작용을 끊임없이 연결시킨다. 즉, 그는 힘 있고 건강해질수록 분별 있고 바른 판단력을 가진 인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