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주위에 로맨스 스캠 피해를 당한 분이 있으신가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믿고 돈을 보내는 일이 이해가 되지 않으실 수도 있는데요. 어쩌면 피해자들을 순진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피해자들도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을 느끼고 상대방에게 설명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저는 피해자들이 순진하다기보다 가해자들이 더 치밀하다고 생각합니다.
2024년 5월, 주 이탈리아 대사관은 로맨스 스캠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는데요. 공지글 하단에는 ‘상대방이 제시한 각종 자료(사진, 여권, 은행계좌, 항공권 등)가 위조일 수 있음에 주의’라는 경고가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범죄자들은 자신의 상황을 말로만 설명하지 않고 ‘증거 자료'를 제시합니다. 피해자들에게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하여 의심을 없애려는 것이지요.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감각이 있지만 얻는 정보의 80%는 시각을 통해 습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은 유독 ‘직접 본 것'에 대한 신뢰가 강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직접 무언가를 보고 난 이후에는 다른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요. 그래서 로맨스 스캠 가해자들은 이러한 사람의 ‘시각 의존성'을 잘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가해자가 아프리카에서 의료 봉사를 한다며 의사복을 입고 진료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면 사실 의사 신분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피해자를 만나러 한국에 오기 위해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 항공권을 샀다며 위조된 항공권 사진을 보내면 송금을 거절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딥페이크 기술은 이러한 위조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데요. 인터넷 검색으로 구할 수 있는 의료 구호 활동 사진이나 영상을 사용하고 이전에 자신이라며 제시했던 얼굴을 합성해 딥페이크를 만드는 식이지요.
로맨스 스캠에서는 딥페이크 이미지뿐 아니라 딥페이크 영상도 종종 이용되는데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사연을 잠깐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한 남자 가수가 팬과 연락을 주고받다가 연인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팬이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을 캡처해 협박하기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돈을 줬지만 협박이 계속되자 결국 남자 가수는 경찰에 신고해 범인을 잡았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팬은 협박범이지요. 그런데 막상 범인을 잡고 보니 남자였다고 합니다. 그동안 팬은 자신을 여자로 속여 관계를 이어왔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남자가수는 상대방이 남자인 줄 몰랐을까요? 직접 만나진 못했어도 영상통화라도 했으면 진짜 성별을 알았을 텐데요. 사실 두 사람은 영상통화도 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여성의 얼굴로 등장했던 겁니다. 이 사연을 소개한 출연진은 상대방이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해 영상통화를 조작한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최근 발전하고 있는 딥페이크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