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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나남편 Oct 18. 2019

2년간 세계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느끼는 것들..

빨리빨리에 대한 고찰

40년 가까이 한국에 살았는데 겨우 2년간 해외에 다녀왔다고 한국 생활 적응이 어려우려나 했는데, 호...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여행 전 보다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지내려 하는데 참 쉽지가 않다.


최근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몇 명이 한국에 살면서 인상 깊었던 것에 대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의 주제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였다. 모든 것이 빠른 한국, 그들도 이미 그 빨리빨리에 적응되어서 고국에 돌아가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하였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정말 좋은 점이 많다. 웬만한 생필품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집에서 바로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 아 정말 신세계다. 전 세계에 이런 서비스는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 돌아온 뒤 쿠팡의 이런 서비스에 마치 산타 할아버지에게 매일같이 선물 받는 기분을 누려보기도 하였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면 이런 서비스까지 만들 수 있을까?? 참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회사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정말 빠르게 성장한 나라이다. 그 과정에서 절차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시 여기다 보니 더 빠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것이고, 그렇기에 늘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하고 적용하려는 습관이 생겼던 건 아닐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효율적이고 빠른 것이 '좋은 것'이라 인식되어 온 것 같다.


반면에 그사이 비효율, 느림은 생각 없음, 게으름과 같은 부정적인 가치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한 번은 교차로에서 신호대기로 차들이 일렬로 서있는데, 그 사이로 골목에서 차가 끼어들려는 상황을 보게 되었다. 신호를 받고 직진하려는 모든 차들은 하나같이 골목에서 나오는 차들을 향해 비난하듯 경적을 울려댔다. 마치 우리의 효율적인 흐름을 방해하지 말라는 듯 말이다.


결국 내 차례가 돼서야 나는 멈춰 서고 그 차를 보내주었지만 덕분에 나뿐 아니라 내 뒤차들은 신호에 걸려 한 번의 신호를 더 기다려야 했다. 세계여행 중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데, 서울에서는 유독 양보는커녕, 되려 끼어들 수 없게 새 차 게 달린다. 


그런 이런 곳에서 양보를 한 나는 왠지 뒤통수가 쎄~ 한 것을 느꼈다. 마치 나 때문에 멈춰 서게 된 뒤차량에게 잘못이나 한 것 마냥 미안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불편한 감정은 나로 인해 생긴 비효율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것인가? 이게 내가 느껴야 할 제대로 된 감정인가? 오히려 양보하고 배려한 스스로에게 뿌듯해야 하는 건 아닐까? 


배려라는 것 어쩌면 내가 손해를 보면서 남들에게 이득을 나눠주는 것이기에 비효율 그 자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세상이 더욱 빨라지고 효율적이 될수록 그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더욱 강요하며 우리 삶은 예전보다 더욱 배려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딱 맞아떨어진 삶은 얼마나 각박하고 재미없을까. 조금은 느리고 비효율적이어도 괜찮다는, 한번 기다리고 조금 늦게 가도 괜찮다는 마음을 갖고 산다면 조금은 더 배려심이 넘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9년 10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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