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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책임을 나누는 대신 편을 나눴는가

스타트업 아포칼립스 : 이들은 왜 C레벨을 ‘직함’으로만 소비했는가 ②

by 승준

회사가 커지면,
자연스레 시니어 리더들이 들어옵니다.
외부에서 검증된 인재,
업계에서 존중받던 전문가들.


하지만 이들은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초기 C레벨들은 편을 짭니다.
자기들끼리만 회의하고,
정책을 자신들끼리 미리 조율하고,
이견을 내는 사람을 '부정적인 사람'으로 낙인찍습니다.


회의에선 동의한 것처럼 말하고,
슬랙에선 따로 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회의록은 공유되지만,
진짜 의사결정은 메신저 안에서만 오갑니다.


이때 대표는 이 흐름을 바꾸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자리를 얻었고
같은 방식으로 권한을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편을 갈라 세력을 만들고,
그 세력 안에서 ‘적당히’ 상황을 조율하며 버팁니다.
외부에서 지적이 들어오면—
“내가 얘기하긴 했어요, 근데 밑에서 잘 안 움직이더라고요.”라고 말합니다.


한 스타트업에서는
외부에서 온 경영지원본부장이 경비 과다 지출을 지적하자,
기존 C레벨 3명이 함께 그를 '정서적으로 안 맞는다'며 대표에게 제안했고,
3개월 후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그 후 회사는 재무 리스크가 현실화됐고,
투자 유치 협상도 늦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회사는
역할은 있으나 책임은 없는 관리자들만 남고,
팀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구조로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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