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아포칼립스 : 이들은 왜 C레벨을 ‘직함’으로만 소비했는가 ③
회사가 흔들릴 때,
이사회는 묻습니다.
“이 수치는 누가 책임집니까?”
“왜 리더십에서 교정이 없었습니까?”
그때 대표는 말합니다.
“운영팀에서 리스크를 제대로 못 잡았어요.”
“브랜드는 마케팅 쪽에서 실수가 있었고요.”
“조직문화는 HR에서 너무 느리게 대응했죠.”
그는 책임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책임을 위임한 것이 아니라,
떠넘긴 것입니다.
한 투자자 미팅에서,
이직률 관련 질의가 나오자 대표는 말했습니다.
“최근 입사한 리더들이 내부 문화에 적응을 못했어요.”
그러나 그들 중 한 명은 입사 2주 만에 예산권이 박탈됐고,
또 다른 한 명은 결정권이 무시되는 회의를 매일 겪었습니다.
결정권 없는 리더에게 결과만 요구하고,
책임을 묻는 구조.
그 중심에는 대표와 기존 C레벨이 있었습니다.
회의 자료엔 수치와 계획이 가득했지만,
정작 그 안엔 실행 구조도, 자율성도 없었습니다.
단지 대표가 내려주는 결정을 ‘수치화’해 설명하는 자료일 뿐이었습니다.
문제가 터졌을 때, 대표는 다시 사람을 뽑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에게 ‘제대로 해보자’며 기대를 걸지만,
한 달 뒤 회의실에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책임은 언제나 아래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순간,
대표는 다시 한번 말합니다.
“이건 내 책임이기도 하지만, 직접 운영은 XX님이 했어요.”
그러나 그 운영을 위임받은 사람은,
그 어떤 의사결정도 승인받지 못했고,
그 어떤 구조도 조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건 한두 번의 일이 아닙니다.
이사회 보고서, 주주총회, 내부 팀 전체 회의.
대표는 항상 가장 ‘그럴듯한 말’로 가장 ‘실제와 먼 서사’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
실무자들은 계속 번아웃되고,
조직은 조용히 무너집니다.
그런데도 대표는 남습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적게 책임지며,
가장 많은 지분을 쥔 채
다음 투자, 다음 창업을 준비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이번엔 더 잘할 거예요.”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또 책임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남은 팀은,
“누가 잘못했는지”를 다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윤리는 선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직함은 자격이 아닙니다.
진짜 C레벨은,
브랜딩이 아니라 책임으로 기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