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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아질수록, 원칙은 사라졌다

스타트업 아포칼립스 : 법인 돈은 네 돈이 아닙니다 ①

by 승준

스타트업 초기에 돈은 귀합니다.
대표는 조심스럽고,
지출은 신중하며,
법인의 통장은 늘 무겁습니다.

지출 승인 하나에도 고민이 있고,
명확한 용도 없이 비용을 쓰는 일은 드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투자를 받고,
정부 과제를 따내고,
법인 계좌에 숫자가 불어나기 시작하면,
그 신중함은 점점 느슨해집니다.

“이 정도는 대표로서 쓸 수 있는 거잖아.”
“내가 이 회사를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이런 말로 시작된 예외는
이내 습관이 됩니다.


대표는 어느 순간,
자신이 ‘회사의 창업자’라는 이유로
법인의 자금을 ‘내 것’처럼 쓰기 시작합니다.

본인 급여를 혼자 결정하고,

기준 없이 사택을 임의로 계약하며,

친한 직원에게 필요한지 검토도 안 된 고가 장비를 사주고,

업무 관련 없는 식사까지 법인 카드로 처리합니다.

출장 항공은 비즈니스석,
식사는 이름만 접대인 고급 식당,
그 지출은 '대표 재량'이라는 이름 아래 포장됩니다.


심지어 실제 필요 여부도 따지지 않습니다.
비싼 소프트웨어, 화려한 가구, 고급 장비가 쌓입니다.
누군가가 “정말 이게 필요한가요?”라고 물으면,
“이 정도는 있어야 외부에서 우리를 제대로 본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이건 회삿돈으로 처리해도 되지 않아?”
“세금 문제만 없으면 되는 거 아냐?”


하지만,
문제는 세금이 아니라 윤리입니다.
법인의 돈은 곧 구성원의 신뢰이자, 투자자의 신뢰이며, 조직 운영의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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