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아포칼립스 : 법인 돈은 네 돈이 아닙니다 ③
대표가 법인의 돈을 함부로 쓰기 시작하면,
그건 단순한 재무 문제가 아닙니다.
조직의 문화가 바뀝니다.
처음엔 팀원들도 조심합니다.
“이건 되는 건가?”,
“이건 개인 비용 아닌가?”
혼잣말처럼 머뭇거립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대표가 비즈니스석을 타고,
법카로 가족 식사를 하며,
‘접대 명목’으로 고급 레스토랑을 다니는 걸
모두가 보게 됩니다.
그다음은 빠릅니다.
팀원들도 하나둘 따라 하기 시작합니다.
출장 중 친구를 만나며 법인카드로 식사 처리,
야근 식대를 인원보다 넉넉히 청구,
브랜드팀은 스니커즈를 사고,
개발팀은 개인 프린터를 회사 명의로 구입합니다.
마케팅팀은 출근도 안 하고 집에서 간단히 쓰는 툴을, 회사 명의로 프리미엄 결제합니다.
한 번 해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허용된 행동'이 됩니다.
처음엔 조심스러웠던 것들이
어느새 “원래 다 이렇게 해요”라는 말로 정당화됩니다.
슬랙 채팅에서, 회식 자리에서,
“다른 팀도 다 그렇게 하던데요?”
“여기선 그냥 이렇게 해요.”
“이건 융통성이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대표는 묻습니다.
“왜 이런 식으로 비용을 썼죠?”
팀원은 대답합니다.
“대표님도 그렇게 하셨잖아요.”
“우리는 유연한 조직이에요.”
“딱딱하게 하면 창의성 떨어져요.”
“스타트업은 원래 그런 거 아니에요?”
이 말들이 반복될수록,
조직은 규율이 아니라
느슨한 자기정당화의 문화에 잠식됩니다.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인데,
아무도 말하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대표가 먼저 그렇게 했으니까요.
그리고 그 문화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더 큰 문제는,
대표가 이 모든 것이 문제인지조차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게 횡령인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지,
그건 잘 모릅니다.
단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쁜 의도가 없었어.”
“창업자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다른 회사도 다 그렇게 하던데?”
하지만 윤리는 의도가 아닙니다.
법은 의도를 묻지 않고,
윤리는 습관을 묻습니다.
회사의 돈을 쓰는 방식은
그 리더의 철학이자 신뢰의 표현입니다.
대표가 반복적으로 기준 없이 소비하면,
조직은 그걸 학습합니다.
“대표도 저렇게 쓰는데, 뭐 어때.”
“누가 뭐라 하겠어.”
“우린 그런 회사잖아.”
그 순간, 조직은
신뢰를 잃고, 기준을 잃고,
스스로 무너져가기 시작합니다.
지출 항목은 수백 가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은 딱 하나입니다.
그 돈은 지금,
회사의 미래를 위한 선택입니까?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을 편하게 넘기기 위한 회피입니까?
윤리는 숫자가 아닙니다.
지출의 목적과 태도에 대한 반복된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당신이 진짜 경영자인지를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