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아포칼립스 :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리더십 ①
누군가는 회사를 키운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작 커져가는 건 회사보다
그 사람 ‘자신’일 때가 있습니다.
회사가 커지면,
사람이 더 필요하고,
전문가가 필요하고,
시스템이 필요해집니다.
그 순간,
리더는 선택해야 합니다.
이 회사를 ‘내 손에서 놓을 수 있는가’,
혹은 ‘끝까지 내 스타일대로 끌고 갈 것인가’.
스타트업 대표 중 일부는
후자를 택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회사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기 중심의 질서’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대표는
그 구분을 시작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내가 여기까지 만들었어요.”
“우리는 우리 색깔이 있어야 해요.”
“지금까지 잘했잖아요. 왜 바꿔야 하죠?”
그 말 속에는
회사를 시스템으로 보지 않고
‘자기 확장의 수단’으로 보는 시선이 숨어 있습니다.
전문가가 들어와도
그들의 제안은 반려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딱딱한 조직이 아니에요.”
“그런 건 대기업에서나 하는 거예요.”
회사의 성장보다,
자신의 의견이 채택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정합성보다는 감각,
경험보다는 직감,
보고보다는 본인의 기분이
의사결정을 좌우합니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이 누굴 위한 것인지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좋은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유롭고 유연한 문화예요.”
“우리는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해요.”
“우리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 말들은 결국
모두 ‘자신의 스타일’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가 됩니다.
스타트업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기 성향을 기준 삼고
자신이 편한 사람을 가까이 두고
조직 전반을 ‘편한 질서’로 재편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회사는 성장보다 ‘대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브랜드 도구가 되어갑니다.
투자가 들어옵니다.
브랜딩이 시작됩니다.
기자 인터뷰, 강연 요청, 패널 출연.
대표는 말합니다.
“저는 책을 쓰고 싶어요.
제가 겪은 창업 이야기를 좀 정리해보려 해요.”
그 말은 하나의 바람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명확한 전제가 있습니다.
“이 회사의 주인공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