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윤리 : 이사회는 누구를 지키는가 ③
회사는 결국 무너졌습니다. 구성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수많은 경력직들이 조용히 퇴사했습니다.
비합리적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버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한가운데에 있었던 대표는, ‘거액의 엑싯’을 했습니다.
투자자와 언론은 말했습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연쇄 창업가.”
“스타트업 판에서 주목받는 경영인.”
아무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가 어떻게 엑싯했는지. 그 안에서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
투자사들도 조용했습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조직이 무너지고 있었다는 것을. 대표의 판단이 반복적으로 어긋났다는 것을.
하지만, 입을 다물었습니다.
왜냐하면, 돈을 회수했기 때문입니다. ‘돈을 돌려받았으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그 말이 모든 침묵을 정당화했습니다.
대표는 다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더 ‘성숙한 경영’을 하겠다는 기사와 함께.
투자사들은 또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번엔 더 크게 갈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 말없이 사라진 시니어들, 그들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은 빠르게 키우고 빠지는 게 정석이지.”
“사업은 그림만 잘 만들면 돼.”
“결국 창업은 엑싯이 목적이잖아.”
그 말들 속에서 스타트업 윤리는 사라졌습니다. 이사회는 감시하지 않았고, 투자사는 개입하지 않았고,
대표는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건— “돈 벌 수 있는 구조” 하나뿐이었습니다.
이제 20대의 꿈은 ‘건강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업 후 빠른 엑싯’입니다.
성과보다 자금 유치, 팀보다 기사 노출. 그리고 끝은, 조용한 정리와 화려한 퇴장입니다.
하지만, 그게 진짜 ‘성공’일까요?
윤리는 구조입니다.
이사회가 침묵하면, 회사는 방향을 잃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탐욕은 사람 위에 올라탑니다.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엑싯이라는 성과로. 당신의 회사는 지금, 누구를 지키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