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께스: 난 전화를 걸려고 온 것뿐이에요
당신은 ‘마리아 델 라 루스’라는 이름의, 사랑에 대한 나름 확고한 낭만을 가진 27세의 멕시코 태생이며, 몇 해 전까지 여러 흥행물의 여배우로 조금은 이름을 날렸던 여인이다. 나름 확고한 낭만이란 것이 "짧은 사랑도 있고 긴 사랑도 있다"는 지론이었기에, 당신은 최근 5년 동안 세 명의 남자와 카타스르로프적 만남과 이별을 가졌다. 물론, 당시의 그 지론에 따라서... 당신의 첫 번째 남편은 고등학교 동기동창이었는데 미성년자일 때 몰래 결혼을 했고 2년을 그와 살았다. 사랑이 식음에 따라 그를 버렸고 지금의 남편, '마법사 사투르노'라고 불리는, 바르셀로나에서 마법사로 일하던 사람을 만났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와 멕시코 시티의 안수레스 지역의 식모 방에서 사랑에 미쳐 말로 표현 못할 사랑을 남용한 어느 날, 당신은 그를 포함한 모든 것, 심지어 결혼반지까지 버린 채 사라져 버린다. 당신의 남편은 미친 듯이 당신을 찾아 헤맸고 당신이 사라져 기거하던 부모의 집까지 찾아와서 무조건 빌며 원하는 모든 것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신은 확고하게 "이번 사랑은 짧은 사랑이에요"라고 결론 내림으로써 그를 단념시키고 만다. 그 후, 당신은 자식 없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홀아비와 결혼하게 되는데... 결혼식 당일 피로연에서 피로연이 요구하는 응당한 룰에 따라 당신은 춤도 추고 마리아치와 함께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셨다. 그리고 어떤 엄청난 후회와 함께 웨딩드레스 그대로 사투르노와 함께 살았던 그의 집으로 달아났다. 사투르노는 조금의 불안정한 미래를 확고히 정리하려는 듯 자신과 함께 앞으로 영원히 살 것인지에 대해 물었고 당신은 이번엔 당신의 지론과는 반대로 "사랑은 계속되는 한 영원한 것입니다"라는 대답을 주었다. 그리고 그와 결혼했고 그 후 당신은 그 낭만과는 무관하게 여배우라는 당신의 꿈도 버린 채 진정으로 사투르노에게 충실했다. 페르피냥에서 개최된 마법사 대회에 참석한 후 바르셀로나로 이사를 했고 당신의 그 싹싹하고 사교적인 성격은 그것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이상한 성격과 전혀 비사교적인 사투르노를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바르셀로나의 공동체로 이끌었다. 또한 마법사라는 남편의 직업 보조자로서 직접 당신이 그 일에 함께 뛰어들어 당신 없이 사투르노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그 삶을 그렇게 2년 가까이 행복하게 살아왔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어느 날, 당신은 언제나처럼 7시에 사투르노의 마법쇼에 보조자로 참여하기로 약속을 하고 친척집인 사라고사에 다녀오던 길이다. 바르셀로나의 어느 사막에서 당신의 렌터카가 고장 나 버렸고 빗 속에서의 한 시간 동안의 카 하이제킹도 실패할 무렵, 비로 젖어 버린 당신 앞에 버스 한 대가 멈춰 선다. 운전기사는 당신을 불쌍히 여겨 태워 주면서 그리 멀리 가지 않는다고 상기시켜 준다. 당신은 "상관없어요. 내가 필요한 것은 전화뿐이에요."라고 응답한다. 사실 그랬다. 당신은 남편에게 7시까지 갈 수 없다는 것만 알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 없이 사투르노는 매우 불안해할 것이며 마술쇼도 불완전할 것이기에... 물에 젖은 생쥐 꼴을 한 당신은 옆 좌석에 앉은 어떤 여자의 호의로 담요를 한 장 둘러메고 젖은 담배 한대를 불에 지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버스에는 당신이 받은 것과 똑같은 담요를 둘러싼 여자들이 몽롱한 상태로 잠들어 있다. 그 몽롱한 기운에 잠깐 잠이 든 당신은 버스가 멈춰 서는 소리에 깬다. 버스가 도착한 곳은 을씨년스럽고 고풍스런 수녀원 같은 곳이다. 이미 어둑어둑한 새벽이었고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당신은 전화를 찾기 위해 담요를 돌려주며 옆 사람에게 물어본다. 그녀는 담요는 수위실에 반납하면 되고 또한 전화는 수위실에서 물어보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정원을 가로질러 가야 되기 때문에 담요를 쓰고 가야 할 거라고 한다. 또한 자신은 더 가야 하기 때문에 담배를 한대 더 달라고 했다. 당신은 그녀의 친절에 감사하며 남아 있던 담배를 모두 쥐어 주고 버스에서 내린다. 버스가 출발하는 동시에 제복을 입고 있던 그녀는 당신에게 "행운을 빌어요"라고 외친다. 전화기를 찾으러 정원을 가로지르던 당신은 어떤 제복을 입은 여자에 의해 제지당하게 된다. 제지당한 채 주위를 둘러보니 함께 버스를 타고 왔던 여자들이 일렬횡대로 정렬해서 앉아 있다. 그 여자는 당신에게 줄을 설 것을 명령한다. 당신은 제지하던 그녀를 뿌리치고 뛰어서 수위실로 달려간다. 그리고 전화가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 그때 뒤에서 어떤 여자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정스럽게 "이리로 와요. 이리로 오면 전화가 있어요"라고 얘기한다. 그 무리를 따라 을씨년스런 복도를 지나 집단으로 잠을 자는 침실에 당도하게 된다. 그 무리를 감시하던 여자는 모포를 거두어들이고 침대를 배정한다. 그리고 브래지어에 새겨진 명찰과 자신이 들고 있던 명단을 비교하는데... 당신은 당연히 명찰을 달고 있지 않다. 놀라는 그녀에게 당신은 "나는 전화를 걸려고 온 것뿐이에요"라고 말하며 자동차가 퍼진 사연, 남편에게 늦는다고 전화를 해야 하는 사정 등을 빠르게 설명한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한 여자 감시 요원은 다시 한번 명단에서 당신의 이름을 찾지만 없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부드러운 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묻는다. 당신은 이름과 함께 한번 더 "난 전화만 하려고 온 것뿐이란 말이에요"라고 상기시킨다. 그녀는 "나도 알아요"라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당신을 침대 앞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행동만 잘 하면 당신이 원하는 누구와도 통화할 수 있음을, 하지만 지금은 안되고 내일 전화하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때 당신은 깨닫는다. 버스 안에서 왜 모든 여자들이 어항 속의 금붕어들처럼 움직였는지... 그녀들은 진정제를 먹고 잠들어 있었음을, 그리고 현재 당신이 있는 이곳, 어둠 속에 묻혀 있는 돌로 된 두꺼운 벽과 차가운 계단이 있던 그 건물은 정신 병원이라는 사실을... 그 순간 당신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금방 감시 요원들에게 제지당하고 제지당하는 만큼의 힘을 더 쏟아 그것을 뿌리치며 몇 번씩 외쳐댄다. 난 단지 전화만 하러 왔을 뿐이라고... 감시 요원들의 거친 힘에 제지당한 당신은 수면제와 함께 손, 발이 묶인 채 첫날밤을 보낸다. 그리고 깊은 절망감과 비참함에 정신을 잃어버린다. 다음날 다정 다감한 병원 원장과의 대화, 담배 한대를 요구했고 원장은 담배 한 갑을 선사하며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울음을 터뜨려버린 당신은 단지 전화를 걸러 온 것뿐이라고, 남편에게 전화 한 통화만 하게 해 달라고 애원한다. 당신이 미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는 듯 당신이 "꿈꾸지도 못했던 지식과 달콤한 방법으로 불확실성의 미래로" 당신을 이끌던, 온화하고 합리적인 원장은 "아직은 안돼요. 모든 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겁니다. 내 말을 믿어요"라는 말과 함께 사라진다. 그리고 "동요를 일으킴"이라는 소장의 글씨와 사인된 의견서, 신원 미상이라는 피상적인 평과 함께 수용소에 수감된다. 이어지는 지옥 같은 수용소의 생활, 폭력, 다소 안락한 수용소 생활과 쉽게 담배를 구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동성애를 요구하는 야간 여간수의 유혹, 그것에 대한 거부, 그리고 여러 번의 소동과 감금, 상담...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당신은 우연치 않는 기회에 여간수들의 매를 피해 들어온 어떤 사무실에 혼자 있음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 급하게 울리는 전화기를 보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은 당신은 전화를 건 상대방이 시간을 알려 주는 기계음을 흉내 낸 장난 전화라는 사실을 깨닫고 "미친놈"이라는 대답과 함께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가려다 문득, 더 이상 오지 않을 중요한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급하게 다이얼을 돌린다. 지금 돌리고 있는 번호가 당신의 집 번호가 맞는지 확신할 수도 없지만 귀에 익은 슬픈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한 번, 두 번... 마침내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고...
"여보세요?"
이 낮 익은 목소리... 당신은 울음을 왈칵 쏟아내고 만다. 울음을 억지로 삼킨 당신은 마침내 "여보, 나야~"라고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침묵... 전화선으로 이어진 상대방의 한 마디...
"개 같은 년!"
전화는 끊어지고 만다. 멍해진다. 어이가 없다는 표현은 너무나 부족한 표현이리라. 그날 저녁 당신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식당에 있던 프랑코 장군 초상을 떼어 내어 유리창이 있던 창문을 부숴버리고 피에 흥건히 젖은 채 창문을 통해 뛰어내렸고 곧 엄청난 반항과 함께 붙잡히게 된다. 그리고 간수들에 의해 성난 미친 여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곳까지 질질 끌려가서는 차가운 물이 뿜어져 나오는 호수의 물세례로 녹초가 되어 다리에 테레빈유 주사를 맞은 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당신의 침실로 소환된다. 이 지옥을 빠져나가게 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당신은 몰래 당신의 몸을 요구했던 그 야간 여간수의 방문을 두드렸고 그 대가로 당신의 남편과 제대로 된 긴 통화를 하게 된다. 이제 남편이 당신을 만나러 온다. 마침내 당신은 그 기나긴 지옥의 시간에서 벗어나 정상의 생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사실, 당신의 남편은 당신이 사라진 그 날 오후부터 미친 듯이 당신을 찾고 있었다. 당신의 친척 집에 전화를 하고 계속 연락을 기다리다 당신의 예전 그 낭만이 다시 부활했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당신 없이 살아야 한다는 그 무시무시한 불안감과 함께 불타는 질투로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예상 가능한 당신의 정부로 의심되는 사람까지 찾아 전화를 했다. 렌터카 회사로부터 전화가 오고 일주일 후 경찰로부터 형체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자동차를 발견했다는 소식과 함께 경찰은 당신을 자동차 도둑으로 오인하고 당신의 집까지 찾아왔다. 남편은 어떤 빌어먹을 놈과 도망쳤다고 말했고, 그 이후부터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당신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가슴을 짓누르면서 당신을 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난 뒤, 마침내 당신으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다. 이제 남편은 당신의 귀환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서커스 트럭을 타고 당신이 있는 그 정신 요양소로 오게 된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면회...
남편과 인사치레로 키스를 주고받은 후, "기분은 어때?"라는 남편의 질문에 울먹이며 그동안 막혔던 말문을 터뜨린다. 수녀원의 비참함, 여간수들의 야만성, 개밥보다도 못한 음식, 공포에 질려 지내야만 했던 끝없는 밤들... 마지막으로 당신은 한 마디 덧붙이며 한숨을 내 쉬었다. "난 예전의 나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거야."라고... 당신의 남편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제 모든 것이 다 지난 일이야..." 그리고 최근 당신의 얼굴에 난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매주 토요일 면회를 올 것이며 이젠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완전히 회복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돼."라는 결론으로 말을 맺는다. 당신의 눈 앞은 다시 캄캄해진다. 당신의 입에선 저절로 탄식이 흘러나온다.
"설마 당신도 내가 미쳤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말은 당신이 여기에 조금 더 있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는 말이야. 당신이 조금 더 나아질 때까지..."
"하지만 단지 전화를 걸려고 이곳에 온 것뿐이라고 말했잖아!!!"
그리고 이어지는 난동...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한 남편의 대응... 억류... 혼비백산하며 도망치는 남편의 모습...
남편은 면회 첫날, 당신과 만나기 직전에 소장과 당신의 상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소장은 당신의 상태가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고 원장은 남편이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지시하는 대로 신중하게 행동만 한다면 그가 취해야 할 예방책과 더불어 당신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갈수록 자기 화를 이기지 못해 정신착란에 빠지고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게끔 당신을 다루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다.
"이상하군요... 항상 과격한 성격이었어도 무척 자기 제어를 잘 했는데..."
"오랫동안 그런 행동이 잠복되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는 거죠. 무엇보다도 여기에 수용된 것은 행운입니다. 우리는 거칠게 다루어야 할 경우에 있어서는 전문가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원장은 당신이 "전화에 대한 이상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첫 면회에서 원장의 예상 그대로 당신은 행동했고 남편은 당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당신의 병을 반드시 고쳐야 하겠다는 확신을 갖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매주, 약속대로 남편은 당신을 위해 면회를 왔고 그때마다 수용소 마당에서 마술쇼를 펼쳐 환자들을 즐겁게 해 준다. 하지만 실망감과 배신감, 그리고 더 이상의 희망을 보지 못하는 당신은 남편의 면회를 거부했으며 마당에서 펼쳐지는 그 쇼마저도 발코니에서 보는 것조차 거부한다. 남편은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환자들이 반발할 때 하는 아주 전형적인 태도입니다. 하지만 곧 괜찮아질 겁니다..."
원장의 말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은 당신을 만나기 위해 수없이 노력을 한다. 면회 요청, 여러 번의 편지... 하지만 소용이 없다. 마침내 남편은 당신을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남편은 그 현실에 굴복하기 전에 정신병원 문 앞에 당신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담배를 계속해서 놓고 갔다.
당신의 남편은 다른 누군가와 결혼해서 자기 나라도 되돌아갔다는 소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전 남편은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 여인에게 자신의 고양이를 맡기면서 매주 당신에게 계속해서 담배를 가져다줄 것을 부탁했다. 그녀는 약속대로 담배를 갖다 주었으며 또한 몇 번에 걸쳐 생각지도 못한 당신의 긴급한 사태를 해결해 주기도 했다. 어느 날 불행했던 시대의 나쁜 기억이 부서진 것처럼 그 병원이 잿더미로 변해 버린 것을 발견할 때까지 그녀는 계속 담배를 갖다 주었다. 물론 그녀가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녀가 당신을 마지막으로 본 기억으로는... 당신은 아주 환한 얼굴이었으며 살은 좀 쪘지만 그곳의 평안함에 흡족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만남에서 당신의 남편에게 고양이 먹이로 준 돈이 다 떨어져 버렸기 때문에 고양이도 당신에게 주었다고 했다.
이상이 마르케스의 단편 소설 <난 전화를 걸려고 온 것뿐이에요(꿈을 빌려드립니다, 송병선 옮김, 하늘연못)>의 간략한 내용이다. 소설은 원래 3인칭 시점이나 2인칭 소설은 없을까 하여 흉내를 내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마르케스의 이 단편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점철되는 우연의 반복에 대한 상념이었다. 어떤 우연으로 시작된 불행이 또 다른 우연으로 인해 그 사태가 더 악화되는, 우연에 의해 점철된 불행의 연속이자 그 극한의 예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우연의 극단을 보여 주는 작품은 보르헤스의 <바빌로니아의 복권>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주목을 한 것은 어떤 우연으로 야기된 불행과 그 불행을 벗어난 후에는 또 다른 우연으로 인해 겪게 되는 더 심화된 불행,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 차라리 그때 그랬더라면...이라는 그 느낌을 나에게 강하게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의 소설은 보르헤스의 <남부>나 카프카의 <실종자>도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반복되는 우연으로 인한 점철된 불행, 그리고 그 끝은...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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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2008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