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사람
나는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아니지 사랑한다라는 표현이 맞겠다.
나이는 어느덧 30대 초반을 훌쩍 넘어가고 있고 배는 점점 주체를 못한채 튀어나오고 있다.
아빠의 뱃살은 남산보다 더 높아진지 오래고 내 뱃살은 동네 뒷산정도였다.주방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쉽게 몸이 지쳐서 밥을 먹고 자기 일수였다.그런데 우연히 소소떡볶이 ceo 인스타그램으로 마라톤을 같이 뛰는 사람을 구한다라는 소식에 과감히 지원했다.결국 모르는 사람들 30명과 5월 19일 소아암 환우돕기 마라톤을 뛰게 될 예정이다.
운동은 진짜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집이 너무나도 포근하기에 우린 계속 누워있고 누워서 유튜브 shorts와 릴스만 보게 된다.그 유혹을 뿌리치는거 자체가 사실 곤혹이다.
나는 나를 잘 알기에 일부러 마라톤이라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집 밖을 나가게끔 당위성을 부여하며 지내고 있다.몇년 전에 유튜브로 100일간의 다이어트 챌린지를 하며 성공한 기억이 있기에 나는 또 건강해질거라고 확신이 든다.
다리 다쳤을 때를 제외하고는 보름 넘게 계속 운동장이든 한강이든 불문하고 열심히 뛰고 있다.
사람들의 dna에는 수렵,채집한 흔적이 남아있어서 사람들은 뛰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라는 말이 있던데 그 말이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어보인다.운동하러 가는 길은 매번 두렵지만 뛰고 나면 기분이 맑아진다.
하루의 케케 묵은 체증도 내려가고 날 괴롭히던 생각들이 바람과 함께 날아간다.그것이 찰나인 순간이더라도
삶의 큰 환기를 불러일으킨다.그리고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큰 기운을 받는다.축구하는 젊은이들,원래 골프연습하면 안되지만 골프 연습하는 아저씨들,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모인 꼬마야구단,음악을 크게 틀고 농구하는 중학생들을 보면서 뛰면 그들의 활기가 내게로 다가와있다.
혼자 하면 지칠 수도 있으니 런닝 크루에도 들어가서 1주일에 한번씩 대학교 운동장에 가서 뛰고 있다.
그 사람들과 즐겁게 뛰다 보니 혼자서라면 뛰지도 못할 8km를 뛰어버렸다.런닝 크루와 뛰러가는 날은
정말 기록낼 정도로 뛰는 날이라 스스로 정하고 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혼자 뛸때 '과거의 나'와 같이 뛰고 있다.천문대에서 일하면서 15kg을 감량했던 과거의 나,100일간의 다이어트 챌린지를 하며 성공했던 과거의 나의 응원을 받으면서 늘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되뇌인다.
'과거에도 잘 해냈으니 지금도 충분히 잘 해낼수 있을거라고 나 자신을 응원한다.'
집에서 놀아도 될 시간에 굳이 운동장까지 나와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 보며 나도 그 열심히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난 오늘도 달리러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