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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문학도 Apr 15. 2024

푸른 저녁,한강에서-반포대교편

한강은 언제나 나의 편 아닌 오늘은 반대편

오늘 생각지도 못한 비가 우수수 쏟아졌다.아마 이제 벚꽃구경 하지말라고 하늘에서 내려준건가?


그에 대한 대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그래서 동네 잔디에서는 뛰다가 뚫린 지붕에 물이 콸콸 쏟아질거 같아서 잠수교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정말 너무 느려터진 경의중앙선까지 타며 잠수교로 왔다.


나와 비슷하게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모인거마냥 다들 열심히 런닝을 하고 있었다.우천 뒤라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잠수교의 다리 사이 사이는 바람이 놀기에 최적화되어 있기에 온 몸으로 난 그 바람을 맞았다.


바람막이 한장 걸친 나는 장롱 속에 있던 오리털 잠바를 상상 속에서 꺼내 입었다.한강도 오늘은 나의 편이 아니라 바람 곁에서 열심히 요동쳤다.파도치는 듯한 느낌이 이내 웅장함을 주는 동시에 나를 집어삼킬거 같았다.


잠수교를 왕복해서 4번쯤 걸을 때쯤 뛰는 사람들의 표정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아마 내가 근래에 뛰지도 않았더라면 '아 그냥 뛰는구나'라고 넘어갔을텐데 그 런닝이란 세계 속에 있다보니 뭔가 다르게 보였다.


바람 그리고 파도치는 한강 사이에 그 사람들도 같이 파도치고 있었다.정적인 한강을 보며 멍때리는 것도 좋지만 이런 역동적인 환경에 놓인 나는 오늘 일하면서 잃은 활기를 되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반포대교의 별빛분수는 오늘 휴무였지만 그 근처에 머문 사람들은 놀이동산에 온 사람들처럼 다들 행복해보였다.


언제나 나의 편이였던 한강이 다르게 느껴지는 하루였지만,그 반대편이 색다른 묘미를 가져다주니 오늘도 하루 푹 잘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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