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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문학도 Jul 04. 2024

제 11화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종지부

사랑은 원래 이별과 한 패

설레는 마음으로 나는 그 여자 아이가 좋아하는 오싹한 연애를 동춘극장에서 예매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민기인 팬이라는 사실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하도 명작이라는 소문이 나서 나도 너무 보고싶었다.


허나 아무리 영화 시간이 다 되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어제 분명 늦잠 잔게 분명할텐데..

나는 수화기 너머에 음성사서함과 여러번 인사를 나눈 뒤 문자 몇통과 함께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다.


오싹한 연애 영화는 당연히 물 건너 갔고 첫 데이트라 설렜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불안만이 나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3시간정도가 지나자 연락이 왔다.

서둘러 챙기느라 폰을 집에 놓고 와서 연락을 못받고 택시타고 온다는 것이였다.


그 억겁의 시간들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따지고 싶었지만 택시에 내린 그녀를 보니 얼어붙은 내 마음은 다시 혈기가 돌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괜찮다며 살포시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미안하다며 부평으로 가자는 플랜을 짰다.

영화관 앞에서 만난 우리는 손을 잡고 나란히 긴 통로를 지나 전철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 잡는 손이라서 그런지 손에 땀이 계속 났다.

마음만 긴장한지 알았더니 손은 내 마음보다 더 했다.


땀을 손으로 닦고 또 손 잡고 그러면서 서로 웃는데..

3시간동안의 불안이 그 짧은 시간 안에 해결이 되었다.


시간이 맞지 않아 부평에서는 오싹한 연애 대신 퍼펙트 게임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야구에 1도 관심이 없었지만 그녀가 좋아하기에 같이 보기로 했다.내용은 선동열과 최동원 선수의 기가막힌 승부 이야기였지만 난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영화는 거들뿐 영화를 보는 그녀의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느라 바빴다.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뚝 흘렀지만 창피하지 않았다.


영화를 기다리기 전,비빔밥도 먹었는데 그때 나는 전주비빔밥이 그렇게 맛있는지 몰랐다.


비빔밥을 숟가락으로 비비는 날 보고 그녀는 그게 아니지 하며 젓가락으로 비비는거라고 직접 비비는 법을 알려주었다.


아마 그 모습이 내가 생각할때 그녀가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끝나고 베스킨 라빈스를 먹으며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집에 갈 시간이 되서 헤어졌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정말 아쉬웠다.


허나 데이트를 한 후 얼마 안되서 나에게 시큰둥해지더니 말투가 달라졌다.


흔히 이런걸 요새는 이별 신호라고 하던데..


원인은 첫 데이트날 안 가져온 휴대폰이 문제였다.

나와 주고 받았던 문자를 그녀의 엄마가 다 봤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엄마는 대학교 합격 전에는 연애하지 말라고 그녀에게 말을 퍼부었고..그녀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나를 떠나보낼려고 했다.


허나 가장 중요한건 난 그 말귀를 못알아들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엄마의 영향이니 나에 대한 마음이 중요하다 싶었지만..


결국,나에게 큰 한방을 날렸다.친구 이상으로써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구일때 츤데레인척하면서 챙겨주는 것이 좋았다는데 막상 만나니 그게 사라지고 다정함만이 남아있으니 싫다는 것이였다.


그냥 호감정도 였으면 차라리 만나지를 말지..


처음 연애였던 나에게는 큰 충격이였다.


그리고 그 충격 속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제대로 공부할 줄 모르면 새로운 문제 앞에서 빙빙 돌아가는것처럼..처음 한 이별이라 나는 내 자신이 아닌 그녀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그 상태로 난 12학번이 되어 신입생 생활이 시작되는데...


<제 12화 미리보기>

선배는 말한다.

여기 솔직히 물리 공부하고 싶어서 온 새끼 있냐?


난 생각한다..

이 엠티에 왜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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