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밤의 여신이 지배하는 세상
사람들은 스크린에 갇힌 채
자신들의 신화에 몰두했다
별이 뜨든 지든
달이 차든 기울어지든
그들의 관심사는 인간종에 대한 것이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공장의 매연은 짙어지고
야행성 동물들도 힘을 잃고 비틀거렸다
밤하늘의 성신들은 더 늦기 전에
이 모든 것이 멈추기를 바랐다
그들이 내려보낸 어둠의 전령사,
박쥐들이 저잣거리를 다녀가자
사람들은 신음하며 자리에 누웠다
자유를 향한 소망이
한 달이 지나고 또 일 년이 넘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비난했고
예전 생활로 돌아가길 갈망했다
그러나 뉘우침이 부족해서
징벌이 멀리 대륙과 바다 끝까지 건너갔다
사람들은 질병보다는 긴 시간의 낙담으로
더 고통스러워했다
그동안 자연은 번성하고 밤은 더욱 고요해졌다
별빛은 초롱초롱해지고 달은 선명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크고 작은 모니터로 여왕의 칙령을 무력화시킬 묘약을 검색하며
밤을 지새웠다
옛 문서에는 이미 그 행위에 대한 대가가
기록되어 있었다
- 돌아보는 자는 소금기둥이 되리라
하늘의 유황불은 염증이 되어 사람의 육신을 덮쳤다
그러나 정작 파괴된 것은 신성을 잃은 정신이었다
우주는 뫼비우스의 띠
사람들의 분신이 먼 블랙홀을 지나 화이트홀로 쏟아져 나왔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또 다른 우리의 모습
손님을 공손히 대접하고
높아진 키를 낮추지 않으면
객의 피리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오늘
밤의 여왕은 슬픈 눈동자를
동그랗게 하늘에 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