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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Feb 28. 2021

2021 첫 보름날의 경고

밤의 여왕과 눈동자



지금은 밤의 여신이 지배하는 세상



사람들은 스크린에 갇힌 채
자신들의 신화에 몰두했다



별이 뜨든 지든
달이 차든 기울어지든
그들의 관심사는 인간종에 대한 것이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공장의 매연은 짙어지고
야행성 동물들도 힘을 잃고 비틀거렸다



밤하늘의 성신들은 더 늦기 전에

모든 것이 멈추기를 바랐다



그들이 내려보낸 어둠의 전령사,

박쥐들이 저잣거리를 다녀가자 

사람들은 신음하며 자리에 누웠



자유를 향한 소망이

한 달이 지나고 또 일 년이 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비난했고

예전 생활로 돌아가길 갈망했다



그러나 뉘우침이 부족해서

징벌이 멀리 대륙과 바다 끝까지 건너갔



사람들은 질병보다는 긴 시간의 낙담으로

고통스러워했



그동안 자연은 번성하고 밤은 더욱 고요해졌다
별빛은 초롱초롱해지고 달은 선명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크고 작은 모니터로 여왕의 칙령을 무력화시킬 묘약을 검색하며

밤을 지새웠다



문서에는 이미  행위에 대한 대가가

 기록되어 있었
- 돌아보는 자는 소금기둥이 되리라



하늘의 유황불은 염증이 되어 사람의 육신을 덮쳤다
그러나 정작 파괴된 것은 신성을 잃은 정신이었다



우주는 뫼비우스의 띠

사람들의 분신이 먼 블랙홀을 지나 화이트홀로 쏟아져 나왔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다른 우리의 모습



손님을 공손히 대접하고

높아진 키를 낮추지 않으면

객의 피리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오늘

밤의 여왕은 슬픈 눈동자를

동그랗게 하늘에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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