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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Aug 13. 2020

어느 별의 축전

안녕하세요?
먼저 제 소개를 해야겠네요.
저는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두 분의 예쁜 딸이 되기로 마음먹은 별의 정령입니다.
제가 있는 곳은 지구 행성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밤하늘을 샅샅이 뒤져도 찾을까 말까 하지요.


별의 정령들은 드넓은 우주를 비추며 다른 별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그런데 많은 별의 정령들이 지구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저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언젠가부터 저는 관심을 넘어 지구 생활을 동경해왔는데요, 얼마 전 어느 중년 부부의 저녁 식탁 대화를 엿듣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첫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고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나이에도 그렇게 순수하고 간절한 심정을 갖게 되는 것은 아마도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애틋함 때문이겠지요.

거실 한쪽의 가족사진 옆에는 부부의 오래된 결혼식 사진이 걸려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젊은 원앙 두 분의 모습은 예전 부모님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네요.


전 중년 부부의 지나온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가족 간의 따뜻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 이 분들의 삶의 궤적으로 보아 그들의 자녀 또한 훌륭한 의지처가 될 것임을 확신하고 미래의 가족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축복받은 두 분의 동의가 필요하겠지요~ 아마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때까지 굳게 기다릴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저의 결정을 부러워하는 별의 정령이 또 있는데요, 다소 부끄러움을 타서 속시원히 표현을 못하는 편입니다. 사실은 그 친구도 함께 지구 생활을 경험하려고 준비 중인데 저보다 빛이 강해서 남자 모습이 적격일 것 같아요. 우리는 남매로 아름다운 원앙의 두 마리 예쁜 새끼가 되고픈 소망이 매우 크답니다. 하늘의 높으신 분이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실까요? 두 분이 저희를 간절히 원하신다면 전능하신 그분도 마침내 허락하실 거예요.

오늘 주인공이신 미래의 아빠 엄마께 저의 에너지를 다하여 진심으로 행운의 별빛을 보내드립니다.


다시 한번 두 분의 결혼을 축하드려요~

훗날의 반가운 만남을 간절히 고대하며
별의 유리성에서.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지금 그곳에 계신 모든 분들의 고향이 사실은 우주의 여러 별들이에요. 잠시 잊고 계신 것뿐이지요~


(절친의 첫째 딸이 다음 달 혼례를 치른다. 저녁 샤워 중 갑자기 조카딸의 혼례에 대한 감정이입이 일어났다. 친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딸, 아들 둘만 낳아 행복한 가정 이루길 기원하며 썼다. 둘 다 전문직이라 가능할까 모르겠다. 어쨌든 축시 가능성을 고려해서 길이를 적당히 줄였다.

다시 한번 해피 웨딩 추카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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