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
어두운 거실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에에에엥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귓가를 스쳐가더니
핸드폰 화면 위로
획
모기 한 마리가 지나간다
언제 들어왔을까
어두워지기를 여러 시간 참아냈겠다 싶다
불을 밝히면 다시 숨어버릴 테니
번뜩이는 눈으로
다시 나타나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전염병을 옮기기 쉬운 녀석들이니
한 방도 물려서는 안 되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다
웬걸
어느새 손등이 가려온다
이놈의 모기 새끼!
허락도 없이 내 피를 빨다니
가스레인지 불꽃처럼 파랗게 복수심이 피어난다
다시 귀 가까이로 빠른 날갯짓 소리가 다가온다
철썩!
잡았나?
에엥 소리가 멀어지는 걸 보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것이 틀림없다
이제 놀란 모기는 한동안 접근을 안 할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요 근래 그 누구와도 다툰 적이 없건만
오늘은 날쌘 모기 한 마리에게 뺨을 한 대 맞았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했으니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원한이
순식간에 찾아와 화풀이를 했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두 번째 싸대기가 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브런치 글 탐색도 좋지만
좁쌀만한 복수심은 접어두고
침실로라도 피하는 것이 좋겠다
오늘은 그렇게 뺨 한 대로 전선을 정리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