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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with 풍경
매미의 뜻
by
김도형
Aug 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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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
매미가 왜 저리 요란하게 우는지
왜 그리 절박하게 소리치는지를
수많은 날들을 한결같은 어둠으로
지
내고
눅눅한 흙속에서 눈먼 그리움만 엮어내다가
어느 한 날 후끈 달아오르면
포클레인 같이 단단한 몸으로
총알처럼 튕겨져 올라왔다
지상에선 이슬과 수액만으로 연명하기로 한 생
투명한 날개는 높은 하늘을 연모한 탓이었다
나무 아래의 인생들처럼
한 길로 먹기도 하고 소리 내기도 하는 것은 속된 일
매미는 고귀한 한 생을 위해
가슴 아래 아쟁 소리 울림통을 달았다
우는 날도 짧아서
무더운 밤에도 때때로 울어대야 하리
새벽바람이 선선해지기도 전에
울음은 갈라지고 짝은 날아가고
말았다
늦여름 밤을 꼬박 지새운 뒤에
아침 대웅전 뜰에 그만 누워버린
뜻은
아, 후회 없는 삶을 사소서!
선인들은 이슬로 연명하는 매미를 찬탄했다는데 오늘 그 미덕을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매미는 풍경을 찢는 소리로
행인의 시를 덜컥 토해내게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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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소리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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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길에서 일어나 길을 걷다가 길 위에 눕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그 길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또한 구독 행위에 매이지 않고 순간의 기분에 따라 이곳저곳의 글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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