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형 Aug 01. 2021

매미의 뜻


나는 안다

매미가 왜 리 요란하게 우는지

절박하게 소리치는지를


수많은 날들을 한결같은 어둠으로 

눅눅한 흙속에서 눈먼 그리움만 엮어내다가

어느 한 날 후끈 달아오르면

포클레인 같이 단단한 몸으로

총알처럼 튕겨져 올라왔


지상에선 이슬과 수액만으로 연명하기로 한 생

투명한 날개는 높은 하늘을 연모한 탓이었다


나무 아래의 인생들처럼

한 길로 먹기도 하고 소리 내기도 하는 것은 속된 일


매미는 고귀한 한 생을 위해

가슴 아래 아쟁 소리 울림통을 달았다


우는 날도 짧아서

무더운 밤에도 때때로 울어대야 하리


새벽바람이 선선해지기도 전에

울음은 갈라지고 짝은 날아가고 말았다


늦여름 밤을 꼬박 지새운

침 대웅전 뜰에 그만 누워버린 뜻은


아, 후회 없는 삶을 소서!






선인들은 이슬로 연명하는 매미를 찬탄했다는데 오늘 그 미덕을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매미는 풍경을 찢는 소리로

행인의 시를 컥 토해내게 만들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석 <여승> 시낭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