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지난 겨울 풍경을 반추하며

by 김도형


겨울 강은 알고 있다

수초 뿌리, 물벌레로 살이 오른

북방 나그네들이 일제히 떠나가면

한 철 연정만이 그리움으로 남게 될 것을



어제의 영화를 모두 떨궈낸 나무들

실핏줄 같은 잔가지들만 뻗어냈다

그 사이로 한겨울 정오가 지나가고

새소리만 풍경에 잔금을 그어댔다



눈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신의 은총!

누구나 흰 눈을 맞이하면

걸어온 모든 길로부터 자유로와지니

언 강마저도 새 길이 되고 만다



하얗게 동글동글 무늬까지 넣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 치장했을까

부끄러이 가만히 얼음 손을 뻗어

다리가 떠나갈까 봐 꼭 붙들어 잡았다



지난 계절을 건너온 마른 잎 하나

칼날 바람 불어오자

마침내 가지 잡은 손 놓고

새처럼 겨울 강 위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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