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형 Sep 04. 2021

양평

지난 겨울 풍경을 반추하며


겨울 강은 알고 있다

수초 뿌리, 물벌레로 살이 오른

북방 나그네들이 일제히 떠나가면

한 철 연정만이 그리움으로 남게 될 것을



어제의 영화를 모두 떨궈낸 나무들

실핏줄 같은 잔가지들만 뻗어냈

그 사이로 한겨울 정오가 지나가고

새소리만 풍경에 잔금을 그어댔



눈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신의 은총!

누구나 흰 눈을 맞이하면

걸어온 모든 길로부터 자유로와지니

언 강마저도 새 길이 되고 만다



하얗게 동글동글 무늬까지 넣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 치장했을까

부끄러이 가만히 얼음 손을 뻗어

다리가 떠나갈까 봐 꼭 붙들어 잡았다



지난 계절을 건너온 마른  하나

칼날 바람 불어오자

침내 가지 잡은 손 놓고

새처럼 겨울 강 위로 날아올랐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의 앞 자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