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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Sep 07. 2021

동행의 이유


우리는 한때 하루하루 젊어갔다


영원이라는 착각 속에서 괴로웠다


그래서 때로는 삶을 버리고 싶었다


간신히 검은 터널을 구르는 요령을 익혔을 무렵


그만 하루하루 늙어가고 말았다


쓸모없이 돈만 는 곳인 줄 알았던


병원이 어느 날 내게 말을 걸어왔


- 별일 없지? 문득 걱정이 되길래...


그날 이후로 한동안 대형병원에서


무덤 같은 시간을 보냈다


친구는 별 일 아닐 거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여러 클리닉을 전전한 후


이전에 권했던 병원으로 결국 돌아왔다


나는 그 건물 특유의 냄새까지 기억했다


다른 이유로 내가 겪었던 험한 여로 앞에


창백한 표정으로 친구가 다시 서 있었다


비장한 각오를 다질 새도 없이


한 순간에 우리는 황량 광야밀려나 있


어두운 천막 위에 어머니의 얼굴과


그리운 이들의 이름이 어른거렸다


별빛조차 위로가 되지 않던 그때


아무라도 곁에 있어야만 했다


삶이라는 거울지지 않도록 


비추임을 주는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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