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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Sep 25. 2021

가을 밤하늘


보름밤하늘은제을잃지않았다


푸른밤은구름을피워내고

짐승들마저깨워내어

밤의열기를은근히끌어올렸다


달빛은빈공원과골목길에가득했다


풀벌레소리선명한밤

어릴적들었던숲의속삭임

어머니아버지와친구얼굴이돋아났


늦여름밤의선선한바람과

한없이쏟아지는졸음과

온동네전기가끊겼을때의적막감


다시불이들어올때까지

대청마루에누워

그아래로흐르는

눅진한바람소리를들었다


백구는달을보며밤새짖었

부엉이는먼곳어디에서나울어댔다


밤이깊어져

낮이땅속에눕고서야

나자신을생각하곤했다


그리고어느날한순간에

생애중간을통째로잃어버렀다

아니잊고싶었다

그무미건조했던날들


그렇게

어두운가을밤에

기억이사라진채로

행복하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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