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밤하늘은제색을잃지않았다
푸른밤은구름을피워내고
짐승들마저깨워내어
밤의열기를은근히끌어올렸다
달빛은빈공원과골목길에가득했다
풀벌레소리선명한밤
어릴적들었던숲의속삭임
어머니아버지와친구얼굴이돋아났다
늦여름밤의선선한바람과
한없이쏟아지는졸음과
온동네전기가끊겼을때의적막감
다시불이들어올때까지
대청마루에누워
그아래로흐르는
눅진한바람소리를들었다
백구는달을보며밤새짖었고
부엉이는먼곳어디에서나울어댔다
밤이깊어져
낮이땅속에눕고서야
나자신을생각하곤했다
그리고어느날한순간에
생애중간을통째로잃어버렀다
아니잊고싶었다
그무미건조했던날들을
그렇게
어두운가을밤에
기억이사라진채로
마냥행복하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