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정각에
예보대로비가내리기시작했다
골목가로등은비스듬이매달려
안개빛을퍼뜨리는데
비는참았던울움을쏟아내듯
벽을잡고흐느꼈다
오늘밤
불꺼진어느방에서는
두연인의마지막섹스가
말없이뜨겁게피어나겠다
입을여는것은
마감에대한예의가부족한것
아쉬움에기대어
이유를세워보려한다면
저하늘의천둥과번개를무시하는것
우리가아는인생이란
방금전에지어낸것일뿐
그러니
한낱비에녹아내려도이상할것이없다
이밤에
파란색비가내린다
벽이젖고바닥이젖어
연인들의침대까지검푸르게젖어들겠다
비는
바람을타고모든곳으로흘러든다
사람들의메마른꿈길위로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