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속이 불편하고 가스가 찼다. 저녁식사엔 밀가루 음식이 없었는데. 식당에서 먹은 콩나물국에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것 같았다. 게다가 오후에 커피를 마셔서 인지 좀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 계속 뒤척이며 앉았다 눕기를 반복했다.
갑자기 창틀에 후드덕이는 소리가 들린다. 어둠 속의 빗소리. 어젯밤 11시경부터 간간히 내리던 비가 굵어졌다. 저 정도 소리면 꽤 큰 빗방울들이 부딪히는 것이겠다. 그리고 유리창을 향해 사선으로 바람이 불어야 한다. 소리의 강약은 바람결의 세기를 말해준다. 그 음색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며 방안까지 서늘함을 전해준다.
저 많은 빗방울들도 제각각 사연이 있지 않을까.
YYMassart님의 그리움일 수도 있고 박지향 님의 바다 건너 안부일 수도 있고 생각함 님의 식지 않은 청춘일 수도 있겠다. 혹은 신미영 님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추억일 수도 있고 그루잠 님의 천사들의 손짓일 수도 있고 박성원 님의 수많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브런치의 이야기들이 알알이 살아나 부딪혀 오는 것만 같다.
빗방울은 달려와 부서지기도하고 달라붙어 맺히기도 하고 서로 뭉쳐서 아래로 흐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방울방울 흐린 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사람의 가슴에도 수없이 비가 내리고 또 흔적들이 남는다. 영원할 것 같던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검은 브로우치로 그 형상을 남긴다. 옷깃이 무거운 것은 그 흔적들이 덕지덕지 매달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기억을 믿지 않기로 했다. 내가 가진 기억이란 그저 인상에 불과했다. 사실은 어디에도 없었다. 즐거운 추억이든 아픔이든 마냥 내 방식대로 티브이를 시청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하는 일이란 다른 이의 인상과 내 것을 비교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내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조각들은 얼마나 하찮은 것들인가.
빗방울 소리가 그쳤다. 아마도 수직으로 내리고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비가 아닌 눈이었으면 더 좋을 텐데.
출근길이 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세상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