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도형


꽃봉오리일 때가 예뻤다

앙증맞게 몽글몽글 솟아나

봄바람을 냉큼 손에 움켜쥐려는

그때가 예뻤다


순백으로 피어날 때가 예뻤다

날 좀 보라는 듯 곱게 분칠하고

소리 없배시시 웃음 짓던

그때가 예뻤다


진주알처럼 흩어져 날릴 때가 예뻤다

연인들의 어깨 위를 스쳐지나

다소곳이 내려앉아 구슬천을 엮어내던

그때가 예뻤다


때의 태양빛과 바람과 비를 겪고

거친 행로를 온몸으로 받아들고

이내 이별을 고하는 젖은 눈빛


빗물 속을 걷다

흐르는 흰 선혈에 목이 메고 말았다



봄비 따라 흘러가는 찬란했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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