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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Apr 13. 2022


꽃봉오리일 때가 예뻤다

앙증맞게 몽글몽글 솟아나

봄바람을 냉큼 손에 움켜쥐려는

그때가 예뻤다


순백으로 피어날 때가 예뻤다

날 좀 보라는 듯 곱게 분칠하고

소리 없배시시 웃음 짓던

그때가 예뻤다


진주알처럼 흩어져 날릴 때가 예뻤다

연인들의 어깨 위를 스쳐지나

다소곳이 내려앉아 구슬천을 엮어내던

그때가 참 예뻤다


 태양빛과 바람과 비를

거친 행로를 온몸으로 받아들고 

이내 이별을 고하는 젖은 눈빛


빗물 속을 걷다 

흐르는 흰 선혈에 목이  말았



봄비 따라 흘러가는 찬란했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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