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봉오리일 때가 예뻤다
앙증맞게 몽글몽글 솟아나
봄바람을 냉큼 손에 움켜쥐려는
그때가 예뻤다
순백으로 피어날 때가 예뻤다
날 좀 보라는 듯 곱게 분칠하고
소리 없이 배시시 웃음 짓던
그때가 예뻤다
진주알처럼 흩어져 날릴 때가 예뻤다
연인들의 어깨 위를 스쳐지나
다소곳이 내려앉아 구슬천을 엮어내던
그때가 참 예뻤다
한 때의 태양빛과 바람과 비를 겪고
거친 행로를 온몸으로 받아들고
이내 이별을 고하는 젖은 눈빛
빗물 속을 걷다
흐르는 흰 선혈에 목이 메고 말았다
봄비 따라 흘러가는 찬란했던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