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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Apr 23. 2022

멸어


백화점 조명 아래

동그랗게 눈 뜨고

가지런히 줄 지어 누웠


육지 흉년도 비켜간다는

흑산도 앞바다

그 너른 물마당이 고향인데


수만의 물결로 퍼덕이던 은어들은

파란 바다를 한 입씩 토해내고

뜨거운 솥 안유영


사람의 시름이 깊어지는 저녁


해 용왕의 분신들이

세파를 달래려 뭍에 공양하고

서로를 베고 누워 생을 접어낸




*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전은 그 섬의 해안 생태계를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산어보> 기록남겼다. 그는 멸치를

추어로 표기하고  현지에서는 멸어라 부른다고 다.


바늘 아닌 그물로 상처 없이 건져 올리는 생선. 봄이면 수많은 반짝임을 쏟아내는 은빛 무리.

식탁 위의 멸치에게도 지난한 생이 빈틈없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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