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던져준 시간은 잔인했다
한밤중이면 봄바람도 물러서고
꽃봉오리는 자주 움츠러들었다
소나무 아래 진달래는
희미한 핏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불순한 열기가 사람들을 부추겼다
땅의 경계는 허물어졌고
보이는 적과 보이지 않는 적
모두가 번뜩이는 살기를 내뿜었다
희망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는 폐허
하지만 불현듯
더 이상 꽃 피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리니
그때는 눈물도 쉼을 얻을 것이다
이제 달이 바뀌어
처녀가 여왕이 되면
낡은 공포를 딛고 일어나
푸른 잎으로 온 산을 감싸 안을 테니
* 이렇게 오지 않은 오월을 호명하며
가는 사월을 재촉하는 것은
한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고통이 길면 삶도 일그러진다.
개인과 지구 공동체의 운명에 맞닥친 난관이 조속히 극복되길 소망해본다,
혼돈의 계절, 사월의 끝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