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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May 31. 2022


그리움으로 허기진 오후 네 시

오래된 생식가루 한 봉 털어 넣고

콜록이며 길을 나섰


걷는 것은 지면을 미는 일이지만

그것도 버거워 쓸며 지나갔


빈 벤치 옆에는 문정희 시인이 서 있어

듣는 이 없어도 노래를 읊조렸


나직한  가락에  엉켜서

하마터면 넘어질뻔했다


모든 길은 저녁이면 멈추는데

영원할 것처럼 여겼는지


오로지 서로를 위해

단 하루를 걷지 못했음이

길 끝에서 가슴 아픈 것이다



* 삼성동 경기고 담장을 끼고 올라가는 길.

단조롭던 시멘트길이 화단과 벤치와 시비로 단장했다. 문정희 시인의 작품 일곱여덟 편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과 자연스러운 리듬감이 짧은 길을 오랫동안 걷게 만든다.


길 처음과 중간과 끝.

자리마다 우러나감상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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