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는 진즉에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기는 늦은 밤에도 가시지 않았다
여린 목소리는 창밖에서만 맴돌았고
영글지 못한 꿈은 쉰내를 풍겼다
기다리다 지쳐 돌아앉으면
어느새 슬며시 다가오는 갈색 계절
왜 늘 뜨거울거라고만 생각했는지
문득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지나간다
사랑의 온도가 하나일리는 없다
풀섶의 노랫꾼도 저렇게
밤새 서늘한 제 사랑을 만들어가잖는가
* 어제가 입추.
언제부터인가 촉각으로 절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종종 기후의 세밀한 양상도 구체적으로 전해진다.
이맘때는 아침 저녁으로 더운 바람 속에 한두 줄기 온도가 다른 바람이 섞여든다.
바람의 방향도 서서히 바뀌어간다.
여름은 사랑의 계절.
그러나 시절이 바뀌어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어디에선가 그 불씨를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