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by 김도형


말을 걸까 말까

석양이 지는 길가에서

수줍게 흔들리는 코스모스


날마다 크는 소리 들으며 지나쳤지만

멍울 맺히고 꽃잎 열었을 때야 알았어


솟구치는 열기를 식혀내며

벌판을 덮어내는 하늘하늘한 몸짓


부드러움이 억셈

지긋이 밀어낸다는 것

꼬물꼬물 허공을 휘젓는

아기 손을 보고도 알지 못했으니


세상의 생김새를 묻는다면

이 벌판에 서 보라 하겠네


둥근 세월 모나게 부딪힌 것은

내 안의 바람이 너무 거셌던 탓인걸


용서하렴

곁에 서서 잠시 참회하려니

쌓인 검은 허물을 네 꽃잎으로 씻어보련다


때가 되면 잊지 않고

적당히 낮은 키로 찾아와

쓸쓸한 길 함께 걷는 친구야


오늘은 너의 환한 빛에

밤의 시작이 기쁜 가을날이다




가을의 또 다른 이름들,

푸른 하늘, 백일홍, 그리움, 코스모스, 가는 비, 선뜻한 바람, 물을 움켜쥐는 잠자리, 붉게 상기된 대추알, 어머니의 손, 할아버지의 기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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