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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Feb 28. 2024

슬픔이 넘쳐흐를 때


긴 폭풍우가 그치자

강은 걷잡을 수 없이

엄청난 흙탕물로 넘쳐났다


풀들과 키 작은 나무들은

물아래로 자취를 감추고

미루나무 꼭대기만 고개를 내밀고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맨발로 걸으시그 길


차라리 고운 사랑이었다면

그렇게 큰 비 되어

쿠르릉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리진 않았으리


미움과 서러움 한바탕

굽이치는 황톳물에 던져 넣으며

뼈에 새겨진 이름 

붉은 덩어리로 토해내고 말았


어무이, 이제 영영 가시고 맙니껴




* 지난 주에 모친상을 치른 친구가 어제밤 늦게 전화를 했다.

아차산 친구를 만나서 술 한 잔 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눌한 말투였다.

함께 한잔 하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했다.

수많은 조문객을 맞이한 대기업 임원이지만 정작 머리를 기대고싶은 사람은 옛 친구 몇일 뿐이다.

감기기운이 미처 다 가시질 않아서

말로만 위로하다가 통화를 마쳤다.

그러고보니 내가 젤 먼저, 그리고 작년에 아차산 친구가 어머니를 여위고 올해 철이라는 친구가 마침내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

가라앉았던 감정이 북받쳐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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