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폭풍우가 그치자
강은 걷잡을 수 없이
엄청난 흙탕물로 넘쳐났다
풀들과 키 작은 나무들은
물아래로 자취를 감추고
미루나무 꼭대기만 고개를 내밀고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맨발로 걸으시던 그 길
차라리 고운 사랑이었다면
그렇게 큰 비 되어
쿠르릉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리진 않았으리
미움과 서러움 한바탕
굽이치는 황톳물에 던져 넣으며
뼈에 새겨진 이름
붉은 덩어리로 토해내고 말았다
어무이, 이제 영영 가시고 맙니껴
* 지난 주에 모친상을 치른 친구가 어제밤 늦게 전화를 했다.
아차산 친구를 만나서 술 한 잔 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눌한 말투였다.
함께 한잔 하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했다.
수많은 조문객을 맞이한 대기업 임원이지만 정작 머리를 기대고싶은 사람은 옛 친구 몇일 뿐이다.
감기기운이 미처 다 가시질 않아서
말로만 위로하다가 통화를 마쳤다.
그러고보니 내가 젤 먼저, 그리고 작년에 아차산 친구가 어머니를 여위고 올해 철이라는 친구가 마침내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
가라앉았던 감정이 북받쳐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