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윤동주, 기형도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눈이 푹푹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중)
종달새는 이른 봄날
..........
가벼운 두 나래를 펴서
요염한 봄노래가
좋더라.
그러나
오늘도 구멍뚫린 구두를 끌고
훌렁훌렁 뒷거리길로
고기새끼 같은 나는 헤매나니.
('종달새'중)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빈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