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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간을 싫어하는 마음이 기본 설정값이다

인간관계에 힘을 빼고, 좀 더 편안하게 가야 한다

인간은 인간을 싫어하는 마음이 기본 설정값이다.


물론 가끔씩 인간이 좋아서 마음을 열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 겪어 봤다.


잘 지내다가도 내가 조금 서운하게 하면, 친절을 거두고 무례를 장착하는 사람들을.


나는 그런 사람들의 속성과 크게 다르다고 확신하기 힘들다.  

인간이 그러하다.

인간의 사랑은 조건적이다.


나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람을 싫어한다.


100번 잘해주다가 1번 잘못하면 사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잘못한 사람은 나도 사람인데 가끔 실수도 하고 화도 낼 수 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자신은 진심을 다해 상대를 인격적으로 대했는데, 한 번의 마찰로 나를 원수대하듯 보는 게 너무하다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그쪽의 사정일 뿐이다.

상처 받은 쪽은 머리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가슴으로는 "네가 나한테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라고 생각한다.  


나를 서운하게 했던 그 한 번이 잔상에 남는다. 두고두고 서운하다.  


어쩌면 그동안 잘 대해준 기억 덕분에 더 서운할지 모른다.

그래서 사람에게 너무 잘 대해주면 안 된다고들 한다.


내가 잘 대해주면 상대는 기대하게 된다.


상대가 기대하게 되면, 그 기대함 때문에 결국 나에게 실망한다.


그래서 나를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을 보면, 그게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상대에게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한다.


그럼 작은 빈틈을 보여도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항의받는다.   


상대에게 적당히 거리감을 두고 대한다.


그럼 왜 마음을 닫고 사무적으로 대하냐고 서운해한다. 


그래서 이 두 입장을 왔다 갔다 한다.

 

그럼 저 사람은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바로 그 지점 때문에 인간관계는 늘 답이 없고 문제만 즐비한 시험지 같다.

인간의 사랑은 가변적이다.

오늘 좋았다가 내일 싫을 수도 있다.


오늘 싫었다가 내일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십년지기 친구도 말 한마디에 두 번 다시 안 보게 되기도 한다.


십 년의 우정이 헛되다 할지 모르나, 엄밀히 말하면 그전부터 조금씩 관계가 틀어졌을 것이다.


내재된 갈등이 밖으로 표출된 그 한 번으로 둘 사이가 제대로 쫑난 거다.

함께 웃고 허물없이 속마음을 얘기한 시절은 결론적으로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된다.


친구라고 불리던 사람은 이제 나만 보면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인간에 대해 실망했다고 할지 모른다. 저런 면이 있을 줄 몰랐고, 따라서 사람을 잘못 봤다 할지 모른다. 


그런데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단지 친했을 때 상대의 그런 면을 볼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다.

아니, 인간이란 존재는 사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꼭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저냥 어쩌다 보니 사이가 어그러지기도 한다.


도무지 예측하기 힘든 게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은 논리와 이성으로만 설명 가능한 종류가 아니다.


그러므로 때로 특별한 이유 없이 누군가가 날 싫어해도,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버리는 게 편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한다.


자존감이 낮다고 우울해하는 사람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을 사랑한다.


자존감이 낮다고 힘들어하는 이유도, 사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서다.


나는 생각보다 꽤 좋은 사람인데, 스스로 괜찮다는 느낌이 안 드는 게 속상한 거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식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사랑한다.


하지만 인간이 자식을 사랑하는 이유는 자식에게서 나를 보기 때문이다.


결국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조건 때문에 자식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


자식이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은 이타적인 말 같지만, 사실 자기 자

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함께 내재되어 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인간은 자기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 


친구와는 헤어질 수 있지만, 나 자신과는 헤어질 수 없다. 


가장 친한 친구를 영혼의 단짝이라고 한다.


하지만 진짜 영혼의 단짝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만큼 친밀하고 귀한 존재가 바로 "나"이다. 

자신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그런 나에게 해를 주는 대상을 싫어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그 반작용으로 타인을 자신만큼 가치 있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인간과의 갈등에 너무 놀라지 않아도 된다.


예기치 못한 미움을 받아도 조금만 실망해라.


왜냐면 인간은 인간을 싫어하는 마음이 기본 설정값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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