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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서는 조용한데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 알아보는 법

나한테는 티 안 내면서, 뒤에서는 소문 퍼트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 있다.


나와 친하지는 않지만 나쁘게 지내지도 않았던 사람.


그런 사람이 뒤에서 날 험담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말이다.   

심지어 평소에 그 사람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면, 더욱 배신감이 크다

험담의 발화점이 나의 부족함 혹은 상대의 오해일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잘못해서 그랬다면, 솔직히 험담으로만 규정하기는 힘들다.


여기서 험담은 과도한 오해, 뜬구름 같은 소문, 악의적인 모함으로 한정하겠다.

당사자와 말 한마디 안 해 보고, 마구잡이로 악한 말을 퍼트리며 즐거워하는 부류가 있다. 그들에게는 진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험담 그 자체가 목적이니까

누구든지 누구에게나 험담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결점이 있고, 그 부족함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준다. 

또 입장과 상황에 따라서 피치 못하게 사람과 사람 간에 오해가 생긴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못되고 악랄한 인간들도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없을 때 그에 대한 서운함과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은 흔하고 평범한 상황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뒤에서만 툴툴거리는 이유는 그 인간 때문에 감정이 상했지만 그렇다고 적대적인 사이가 되는 것은 싫기 때문이다.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도 소셜 스마일 정도는 지을 수 있다.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인사치레만 하는 사이도 있을 수 있는 거다

게다가 당사자 앞에서 비판하는 것은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비난을 듣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할지 모른다. 

또 억울하게 오해받았다고 생각해도 표현하지 않고 일단 알았다고 할 수도 있다.    


상처를 준 사람과 상처를 받은 사람은 마음가짐에 차이가 생긴다.

온갖 감정을 쏟아낸 사람은 속이 시원해 그 사건을 잊을지라도, 그런 격노에 덴 사람은 자신이 약자라서 당했다고 생각한다.   


뒤돌아선 그는 속으로 보복의 칼날을 갈다가 훗날 마음속에 품었던 복수극을 펼칠 수도 있다. 

복수당하는 사람은 과거에 자신이 화냈던 일을 잊어버렸기에 보복당하는 것마저 억울하다 할지 모른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상대가 까칠해졌다면, 나의 행동 중에 분명 그가 기분 나쁘게 여겼던 부분이 있는 거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원한을 살 수 있다

그래도 인성이 파탄 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싸우는 상황을 되도록 피한다. 

타인과 대립하기보다 혼자 조용히 구시렁거리거나 제3의 인물에게 털어놓는 것으로 감정을 추스르는 경우가 많다. 


할 말을 다 못 하고 사는 게 우리네 현실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어차피 세상은 오해와 선입견으로 범벅인 공간이다. 


인성과 실력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부만을 보고 전부를 판단하지 말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전부를 알아보고 올바로 판단하기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서로 사랑하라 하지만, 인간의 연약함 때문에 서로 싸우고 멀어진다. 그게 인간의 한계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한계를 지닌 인간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게다가 '전부'라는 범위는 인간의 어디에서 어디까지인가?

'전부'라는 말 자체도 사실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다. 


우리 모두는 인간의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무엇이든 다 명확히 파악하며 살지는 못한다

예전에 일 때문에 다른 직군 사무실에 잠깐 들린 적이 있다.


그때 다른 직군 소속 B와 나와 같은 팀 소속 C, D가 사무실 안에 있었다.


B는 나를 보지 않고, 큰 소리로 들으라는 듯 C와 D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너네 팀 일정 요즘도 그렇게 나가?"

그쪽은 사무실 측면에 앉아 있었다. 뒤돌아서 나를 한 번 휙 보는 게 느껴지긴 했다. 그런 말을 하다니. 내 이야기를. 내 앞에서.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큰 소리로

나는 그 사람이 말한 '너네 팀'의 일정 담당이었다.


여기에서 말한 일정이란, 팀원이 돌아가면서 외근하는 업무를 지칭한다.


어떤 외근을 누가 갈지를 내가 상황에 따라서 결정했는데, 당시 거기에 따른 불만 섞인 소리가 있었다.

100명의 사람에게 100개의 생각이 있다고 한다. 다들 관점과 의견이 다르니 별별 말이 다 나왔다. 별 일이 없어도 별 일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누가 봐도 나를 겨냥한 말이었다.


C와 D는 B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당황한 듯했다.


C와 D는 화를 내며, 당연히 일정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B의 눈빛이 흐려졌다.


B와 일정을 나가면, 주로 사무적인 대화를 했었다.


B와는 거리감은 있지만 사이가 틀어진 적은 없기에, 나름 우호적인 사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B가 내 앞에서 나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앞에서는 별 말이 없어서 딱히 의심하지 않았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당사자에 대해 말하는 것, 그게 바로 진심일 거다

하지만 상대에 대해 부정적인 표현을 안 하는 것이 곧 인간적인 호의 표시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B는 뒤에서 나의 험담을 듣고, 당사자에게 진위여부를 묻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걸 그대로 믿었다.  


일부가 뒤에서 나를 찧고 빻고 짓이기는 걸 B는 그대로 흡수했던 것이다.


복도에서 마두 치면 인사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밥을 먹던 누군가가 알고 니 험담꾼이었다니.

당사자가 결백해도, 남이 믿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소문이란 그렇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급하게 맹신하다. 그리고 거기에 조금씩 살을 붙여 더 크게 퍼트린다

B에게 서운했다.  


B가 그저 한 마디를 던졌을 뿐인데, 그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다.


대화를 별로 안 했던 건 소극적인 배척일 수도 있었겠구나.


나에 대해 쑥덕거리며 동조하는 B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삼삼오오 모여서 일을 삼아 남에 대해 안 좋게 말하는 사람들. 그런 나쁜 습관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돌이켜 보면, 날 싫어하던 사람은 결국 앞에서도 티가 났던 것 같다.


내가 교통사고 당했다고 말해도, 날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


작은 사무실에 내가 들어왔는데, 날 보더니 마침(?) 휙 나가버렸던 사람.


내가 보낸 문자에 답장도 안 하면서, 단체 대화방에서는 실시간으로 문자 보내는 사람.


나를 겨냥해 불만을 토로하는 문자가 단체 대화방에 올라오자마자, "ㅋㅋㅋㅋ" 이라며 웃음을 공유했던 사람.

그러니까 말이다. 이 문자라는 게 생겨서 좋은 점도 있는데 나쁜 점도 있다

내가 사무실 문을 닫고 나가는 찰나, 들릴 듯 말듯하게 (사실 들리는데) 욕을 하던 사람.  


잠깐 차 한 잔 하러 카페에 가자고 하는데, 그때마다 망설임 없이 거절하던 사람.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내 말이 끝나자마자 큰 소리로 "말을 왜 그 딴 식으로 하냐."라고 다른 사람들한테만 말해버리는 사람.


누군가가 나를 유치하게 놀릴 때, 유난히 큰 소리로 부자연스럽게 웃던 사람.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큰 소리로 웃으면 티가 안 나는 줄 아나 본데, 사실 더 잘 티가 난다

나를 겨냥해 재미도 없고 무례만 가득한 농담을 반복하던 사람.


같이 밥 먹을 때, 꼭 내 옆자리와 앞자리를 빼고 저 먼 끝에 앉던 사람.


화장실 세면대 앞에 나랑만 있는데, 거울만 보면서 "진짜 싫어."라고 혼잣말했던 사람. ("진짜 싫어."의 주어 격이 옆에서 양치하려고 치약 짜고 있다. 이놈아)

진짜 싫다고 말한 그는 다시 가면을 눌러쓰고, 나에게 양치하러 왔냐고 말을 걸었다. 나를 겨냥한 말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하고 싶었나 보다

그러니까 앞에서는 조용한데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법은, 이미 각자가 다 알고 있다.


솔직히 무슨 법도 없고,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때 많다.


빼도 박도 못하는 물증이 없고, 심증만 있어서 모르는 척하는 거지.


진짜 뒤통수 맞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심쩍을 때가 있었다. 분명히.


직감도 직감이지만, 사실 속마음을 감추는 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다.

잘 벗겨지는 게 가면의 특징이다. 가면인지 아닌지 아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들이 평이한 상황에서도 갑자기 비웃는 듯한 표정을 보이고, 뜬금없이 노려보는 눈빛을 보내는데 당사자가 모를 수가 없다.


아마 그들은 자신이 그런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지도 모를 거다.


그들은 감춘다고 감추는데, 사실 감춰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알게 된다. 그들의 본심을.

뾰족한 그 마음이 비언어적인 것들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뒤에서 누가 나를 험담하는지 너무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그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본심을 드러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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