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자에 30개라니까!” 안경점 직원이 반말한 진짜 원인은?
한 상자에 30개인 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에 오른쪽 눈과 왼쪽 눈에 넣는 거니까, 그걸 감안해 30회 사용인지 15회 사용인지 물어보는 겁니다.
돌이켜보니 내가 한 번 더 의도를 설명해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B가 발끈한 원인은 나의 부연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가 차근차근 본뜻을 설명하면 그만이었다.
1. 발화자의 의도가 청자에게 잘못 전달됐다.
2. 발화자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청자가 당황한다.
3. 청자의 당황에 발화자가 당황한다.
4. 어떻게 설명할지 말을 고르던 발화자가 그 순간 아무 말도 안 한다.
5. 그러므로 청자는 발화자의 의도를 곡해한 채 상황이 종료된다.
어떻게 호칭할지 C언니의 의견에 내가 따라가는 게 맞겠다 싶었다. 나름대로 B언니에 대한 배려였다. 그래서 물었다.
나: “혹시 저를 뭐라고 부르실 건가요?”
C언니: “... 선배라고...”
나: (내가 왜 선배지? 선배나 후배 개념이 아닌데. 그리고 C언니가 나를 선배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는데)“... 언니는 저를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다수인 선배 작가들에게 말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호칭 정리 시, 내가 질문을 가장한 ‘선배’ 호칭 강요를 했다고 C언니는 믿었던 걸까. ‘후배’라는 단어 하나에 호칭과 관련된 기억이 소환됐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오해였다.
지나가는 순간들이 마음에 남을 때가 있다. 당시엔 ‘어? 뭐지?’ 했는데, 그 이후 마음에 맺혀 가끔씩 떠오른다. 특히 오해받을 때가 그렇다.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그 오해는 사실로 둔갑한다.
그러나 그 반응은 제삼자의 시선일 뿐이다. 어떤 경우이든 오해받는다고 인지해 자발적으로 변호한다는데 누가 말릴쏘냐. 제삼자는 말릴 권한이 없다.
당사자는 제삼자의 시큰둥한 반응을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넘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