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라는 시즌 의식

벚꽃 피는 봄이 오면

by 이차람

언젠가부터 연말이나 계절이 바뀔 때쯤이면, 마치 상품을 검색하듯 카톡을 주르륵 넘기며 아직 싱글인 남자 사람을 찾는다. 이젠 하나의 시즌 의식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팅을 해달라고 소문을 내지만, 매년 그 건수가 줄어든다. 다들 연애든 결혼이든, 뭔가 안정적인 자리를 잡아가는데 나만 그대로인 것 같아 조급해진다.


겸손한 자세로 아무나 만나봤다가 ‘아, 그분이 왜 혼자인지 알겠어.’ 하며 몇 번의 소개팅이 개 망하기도 한다. “백수만 아니면, 빚만 없으면, 사람 구실만 하면 된다.” 하며 기대치를 낮춰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처음엔 다들 그럴싸해 보인다. 대충 조건이 맞는 남편감을 발견(?)하고, ‘우리 결혼했어요’ 찍듯 몇 번의 어색한 데이트를 한 뒤, SNS에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올려본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내가 주인공인지, 데이트하며 먹은 음식이 주인공인지조차 분간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찜찜하다. ‘결혼할 사람이 아니라면 시간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진짜 사랑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만들어지는 걸까? 누군가는 그런 연애가 편안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시작된 관계가 오래가지 못한다고도 한다. 나는 어떤 쪽에 속할까? 도대체 어떤 마음이 진짜 내 감정일까? 설렘이 없는 만남은 무의미한 걸까, 아니면 설렘이 없어도 계속 만나면 익숙해질까?


가끔은 야밤에 온몸이 소스라칠 정도의 외로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외로움이 나에게 인사할 때면, 아무나 빨리 마음을 줘버리고 결혼이나 해버려야겠다는 심정이 든다. ‘대충 서로 맞춰가면서 살면 되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나아가 ‘아이는 언제 낳고, 언제 키우지?’ 하는 망상까지 하게 된다. 사랑을 해서 결혼하는 건지, 결혼을 해야 하니까 사랑을 만들어가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결혼 못 해서 환장한 여자’ 한 명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낸다. 밤이 지나면 마음은 다시 평온해진다. 평소엔 괜찮다가도, 꼭 이렇게 특정한 계절이 오면 다시 흔들린다.


결국, 나는 또다시 카톡을 주르륵 넘기며 남아 있는 싱글들을 훑어본다. 그러다 33살이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