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안에 50명 만나 결혼하기 프로젝트
결혼 3년 차인 회사 선배에게 "결혼하려면 남자를 몇 명 정도 만나봐야 할까요?"라고 물어보니, 한 100명은 만나보라고 했다. 그분은 20대부터 꾸준히 사람을 만나왔으니 백 명은 훌쩍 넘었을 텐데, 철벽을 치며 보낸 5년과 서른이 넘은 내게는 백 명이라는 숫자가 터무니없이 느껴졌다. 그래도 1년이 52주이니 부지런히 움직이면 50명 정도는 만나볼 수 있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근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거래처에 가서도 일을 마치고는 대리님께 물어봤다.
"대리님은 어디서 아내 분을 만나셨나요? 저는 회사 일이 너무 바쁜데 누군가 알아가는 게 아주 멀고 긴 이야기 같아요"
"우린 교회에서 만났어요."
그 당시 나는 영어예배부를 다니고 있었는데 집사님들은 내게 좋은 사람 만나려고 하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도 했다. 한편으로는 청년부를 떠나지 못한(?) 오빠들을 내게 매칭해주려고도 하셨다.
엄마에게 청년부 오빠 사진을 보여주며 어떠냐고 물었다.
“교회 청년부에 이런 오빠가 있는데, 집도 있고 부모님도 좋으시대.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연결해주려고 하는데.. 외모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 거지?”
“키가 나보다 작거나 하는 외모는 결혼식 날 딱 한 번 쪽팔리면 돼.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네가 관심이 있냐가 중요해.”
아는 스타트업 대표님이 내게 이런 조언도 해주었다.
"책을 읽더라도 강남의 한 스타벅스에서 읽어보세요."
그분은 약속을 기다리며 강남역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옆자리 여성들의 대화가 흥미롭게 들려 집중하게 되었고, 결국 그 여자분한테 직접 연락처를 물어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분과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나는 대표님께 물어봤다.
"그 여성분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셨나요?"
"취미로 축구를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그게 너무 멋있었어요."
틈만 나면 결혼한 선배들한테 물어보고 다녔던 것 같다.
"하루를 살아도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
"남자는 거기서 거기다. 결혼 별 거 없다."
"우린 정말 공통점은 딱 하나 음악인 거 같아요. 그거 말고는 성향이 다 달라요. 하나만 보세요"
등등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결혼을 생각하면 어딘가 답답했다.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성공한 결혼으로 자존감 얻기, 남들에게 인정받기, 부모님한테 보여주기 식의 행사가 아닌가 싶었다.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단지 나이가 돼서 급히 결혼생각을 하는 건가? 이 상황에서 아무나 만난다면, 또 다른 가면을 만들고 생활할 게 뻔했는데, 나 스스로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가 된다는 상상을 하면 끔찍했다.
나의 무의식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정말 글로 표현하기 창피하지만, 나는 아주 이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못 생기지 않았고 커리어도 쌓았고 착하게 살아왔으니 남편 덕을 좀 봐도 된다 하는 이상한 계산법이 있었다. 데이트를 하며 온전히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손해를 보는 만남이 아닌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아 나에게도 속물적인 부분이 있었구나!'
생각을 바꾸고 보면 길 위에 널린 것이 '남자 사람'이었다. 남자를 만난 다기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다고 생각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했다. 한 사람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건다던가, 한 번에 내게 맞는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은 접어두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마치 한 권의 책을 펼쳐본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니 두근거리고 설레는 일이었다.
이렇게 '1년 안에 50명 만나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사진: Unsplash의Debby Hudson